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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아픔"…위안부 소재 영화 잇따라

입력 : 2017-09-02 17:15:16 수정 : 2017-09-02 17: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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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허스토리·귀향…접근방식·장르 다양해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간 제작된 위안부 소재 영화들이 주로 과거의 아픔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나오는 작품들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방식이 좀 더 다채로워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추석 연휴 개봉 예정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현재'를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민원왕'으로 소문난 할머니 옥분이 9급 공무원 민재로부터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후반부 옥분이 영어를 배우려 했던 사연이 밝혀지면서 감동 스토리로 반전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옥분은 뒤늦게 배운 영어로 외국의 청문회에서 위안부의 피해를 증언한다.

이 작품은 2014년 CJ문화재단이 실시한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분노와 슬픔을 전제로 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발랄하게 비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YMCA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만든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나문희가 옥분 역을 맡아 민재 역의 이제훈과 호흡을 맞췄다.

이달 촬영에 들어가는 '허스토리'(가제) 역시 할머니들의 아픈 과거가 아니라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피해자들의 현주소를 그린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낸 '관부 재판'을 다룬다. 1992년부터 6년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법정 투쟁을 벌였던 할머니들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김희애가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김해숙이 위안부 피해 생존자 배정길 역을 맡아 한국 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 정부와 싸웠던 여성들의 강인한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작년 38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귀향'의 후속작도 오는 14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은 전작에 미처 담지 못했던 장면들과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합쳐 만든 영화다. 작년 개봉 당시 러닝 타임의 제약으로 편집됐던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에 할머니들의 증언이 더해졌다.

조정래 감독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빌어 피해자들이 실존하고 있고, 그 당시 겪었던 일이 사실이며, 여전히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귀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자 만든 극영화라면 이번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한 영상증언집"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10개국, 61개 도시를 돌면서 '귀향'의 상영회를 열었던 조정래 감독은 이번에도 전 세계에서 상영회를 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군함도'의 제작사인 외유내강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환향'을 준비하고 있다.

한중 합작의 위안부 소재 영화도 제작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중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22'에는 위안부 영화 '소리굽쇠'(2015)를 한중 합작으로 제작했던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제작비가 5억원에 불과한 이 영화는 개봉 2주만에 1억6천500만위안(한화 280억원, 8월28일 기준)을 벌어들이며 중국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역대 최고의 흥행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자세하게 되짚기보다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목 '22'는 영화 촬영을 시작할 당시 중국에 생존해 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숫자로, 현재는 생존자가 8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잇따라 세상을 뜨면서 생존자가 35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작년 '귀향'의 성공과 지난 3월 '눈길'의 개봉을 통해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 위안부 소재 영화 제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시급한 문제라는 점도 영화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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