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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상 받은 ‘그늘막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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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1 21:18:05 수정 : 2017-09-01 21: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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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도심 풍경 중 하나가 ‘폭염 그늘막’이었다. 폭염 그늘막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네거리 횡단보도 주변에 설치한 천막이나 파라솔을 말한다. 주민들이 그늘 한 점 없는 도심을 걷다 잠시 햇볕을 피하고 휴식할 수 있게 만든 시설물이다. 주민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누가 처음 그늘막을 제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시민을 위한 행정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올여름 지자체들의 ‘히트 행정’이었다.

서울 서초구가 자체 제작한 그늘막 ‘서리풀 원두막’이 유럽 최고 친환경상인 ‘2017 그린애플 어워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폭염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서초구는 2015년 조은희 구청장 제안으로 관내 두 곳에 그늘막을 시범설치했다. 이후 2년간 자외선차단 효과, 안전성, 디자인 등을 보완해 올해 120곳에 설치했다. 이후 종로구, 동작구, 금천구가 가세하는 등 서울에서만 800여개가 설치됐고, 전국적으로도 설치 붐이 일었다. 대당 수십만원에 불과하지만 주민 만족도가 높은 ‘저비용 고효율’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간 원조논쟁도 빚어졌다. 서초구의 그늘막이 다른 지자체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원조’라는 얘기가 나오자 동작구에서 2013년 문충실 전 구청장이 처음 선보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 읍면의 신작로 초입에 하나쯤 있었을 간이형태의 그늘막까지 포함하면 원조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늘막이 인도 위에 세워진 탓에 불법 논란이 일었으나 최근에 도로법 2조에 따른 ‘도로 부속 시설물’로 지정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협의해 시민 편의를 위한 ‘허가 시설물’로 지정했다. 내년 여름엔 그늘막 설치 경쟁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에는 버스정류장 주변 등에서 칼바람을 막아주는 지자체들의 가림막 경쟁도 생겨날 것이라고 한다. 올여름 ‘그늘막 효과’에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라고 한다. 주민의 입장에선 지자체가 여름엔 뙤약볕을, 겨울에는 칼바람을 걱정해 주는 셈이다. 이런 경쟁은 지나쳐도 나무랄 일이 아닌 것 같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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