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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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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1 21:13:57 수정 : 2017-08-31 23: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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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답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30일 트위터에 이렇게 밝혔다.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하며 터무니없는 비용을 지불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대화는 비효율적이라는 항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기조로 돌아선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글이 올라온 시기가 심상치 않다. 왜,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전날 CNN방송 등 미 주류 언론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북 옵션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군사적 대응은 전면전을 불러올 것이고, 한국 국민과 한반도의 미국민 희생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가 마지막 카드라고 못박았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직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지만, 이전 위협 때에도 들었던 수사다. 주류 언론이 대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대북 옵션이 사실상 바닥났음을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짐작한 때문일 것이다.

언론 분석을 반박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트위터 글을 다시 들여다봤다. 미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5시47분, 문제의 글 이후 허리케인 ‘하비’로 수해를 겪은 텍사스 주민에 대한 위로와 멜라니아 여사의 수해지역 방문 패션을 지적한 잡지를 향한 듯한 언급이 이어졌지만 북한 관련 글은 멈췄다. 댓글도 살펴봤다. 주류 언론을 비난하는 트럼프 지지자 글이 많았다. 북한과 대화하라는 언론 압박은 전 정부가 실패한 대북 정책을 답습하라는 실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라는 반대쪽 글도 뒤섞여 있다.

아직 대선을 치르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 것은 주류 언론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CNN 등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등이 보도되자 주류 언론과 아예 담을 쌓았다. 비판 기능을 무시하는 태도에 언론도 작심한 듯하다. 며칠 전 CNN은 대통령의 텍사스 방문 예고 기사에 “하지만 위험한 곳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았다. 수해 현장을 찾은 뒤에 해도 될 비판을 먼저 던진 것은 반감 탓이리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오전 4~6시 무렵 첫 글이 올라온다. 전날 이슈에 대한 개인 평가가 주류다. 백악관 참모들이 트위터 글과 배치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 가신이나 주변 관리들과 숙의한 결과물은 아닌 듯싶다.

전 세계가 그의 트위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말 한마디가 세계 정세를 좌우할 만한 책임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기사화하면서도 한숨이 나오는 건 감정이 앞서고 즉흥적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말 전쟁’을 이어갈 때엔 일부러 불안감을 키우려 한다는 기분도 들었다.

대북 옵션은 예나 지금이나 많지 않았다고 본다. 미국의 이전 정부들이 비싼 값을 치르며 북한과 대화를 이어간 배경이 있을 것이다. 미 언론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 다만 텍사스 수해 브리핑에 ‘미국’과 ‘영부인’이라고 적힌 커플 모자를 쓰고 등장한 것은 과했다는 데 동의한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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