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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연세대에서 사제 폭발물이 터져 교수 한 명이 부상했다. 범인을 잡고 보니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였다. 교수로부터 잦은 질책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범인도 지탄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만든 교수 갑질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커뮤니티에는 ‘지도교수가 학생들의 연구실 자리에 웹캠을 설치해 감시한다’ ‘학생들 인건비를 차명계좌로 입금하게 한다’ 등 제보가 이어졌다고 한다.

춘천지검이 그제 동물 심장병 분야 권위자인 모 국립대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대학원생 제자들로부터 석·박사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뇌물과 5000만원 상당의 인건비를 챙긴 혐의다. 제자들은 스승의 BMW 승용차 리스비를 대기 위해 돈을 갹출했고, 모두 5000여만원을 교수 계좌로 송금했다. 교수는 제자들에게서 받은 돈에서 매달 1000만원씩을 외국에 있는 가족의 생활비로 보냈다.

대학원생 제자들을 상대로 한 교수 갑질 만행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엔 서울대의 한 교수가 대학원생 4명에게 8만장에 달하는 논문과 책을 스캔하도록 시킨 일명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이 드러났다. 재작년에는 경기도 한 대학의 교수가 제자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2년간 가혹행위를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수들의 갑질이 잇따르자 지난 연말에 대학원이 있는 182개 대학 총장에게 권리장전 도입과 인권전담기구를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는 자율에 맡길 뿐 구속력이 없다. 지도교수로부터 범죄에 가까운 갑질을 당하면서도 무기력하게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대학원생들의 호소도 계속되고 있다.

지도교수 눈밖에 난 학생은 논문 통과가 어려워 졸업도 만만치 않은데다 전공분야에서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그릇된 생태계 탓이다.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교수 갑질 근절 등 인권실천 여부를 대학 평가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근 기업과 군대 등 사방에서 갑질 행태가 터져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점잖아 보이는 교수들의 갑질은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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