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까지 올라온 삼성전자 반도체·LCD 노동자의 산재 사건 중에서 업무와 질병 발생·악화 간의 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며 근로자 손을 들어 준 첫 사례다. 특히 대법원은 삼성이나 노동청이 ‘업무상 비밀’이란 이유로 유해화학물질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 증거로 봤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한 이모(33)씨가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씨 패소로 판결한 1, 2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1년 자신의 병을 산재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이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로 인해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거나 자연 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의 발병·악화는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며 이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특히 “사업주와 관련 행정청이 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원고의 입증이 곤란해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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