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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했다. 25일 멕시코만 해상에서 텍사스 연안에 상륙할 때는 1961년 허리케인 칼라 이후 첫 4등급 허리케인이었다. 주말에 열대폭풍으로 약화됐지만 여전히 폭우를 뿌리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하비가 텍사스주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누적 강우량이 역대 최대치인 1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역대급 재난”이라며 피해 복구에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2005년 8월 미국 남부 연안 도시들을 휩쓴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상시킨다. 카트리나는 하비보다 한 등급 아래인 3등급 허리케인이었지만 1200여명의 사망자와 수십만명의 이재민을 냈다. 당시 카트리나 피해 현장을 취재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항공편으로 텍사스주 휴스턴에 가서 차를 빌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가는 길에서 수많은 이재민들을 만났다. 제방이 무너져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는 약탈과 방화로 아수라장이었다. 외곽 고가도로에서 내려다본 도심은 곳곳에 불길과 연기가 솟아올라 지옥도를 보는 듯했다. 카트리나는 미국 사회에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텍사스주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오늘 현지를 방문한다. 카트리나 피해 당시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실버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이 대피명령을 늦게 내려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제 트럼프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직면한 자연재해에 대해 적기에 적절한 대처 능력을 보여야 할 차례다.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코드 그린’에서 카트리나 참사가 기상학적 질문만큼이나 많은 철학적 질문들을 제기했다고 회상했다. ‘누가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는가’가 핵심 질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멕시코만의 수온이 올라가면 허리케인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계에 너무나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나머지 오늘날의 기후가 과연 어디까지 자연의 힘에 의한 것인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우리가 만들어낸 것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어진 게 아닐까?” 하비는 천재지변인가 인재지변인가.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때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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