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청와대의 평가가 적절한지는 자못 의문스럽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 위협적인 도발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단거리 발사체를 쏘면 위협이 아니라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안이한 인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했다.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면 우리에게는 ICBM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 비행거리가 250㎞를 넘을 정도라면 남한 인구 3분의 2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육해공군 3군 통합기지가 있는 계룡대도 타격권에 포함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거리가 짧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통상적인 저강도 도발’이라고 하니 갑갑할 노릇이다. 발사체의 종류를 둘러싼 평가도 마찬가지다. 발사체가 무엇인지 최종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는 지레 방사포로 추정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제재 대상이며, 방사포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도발을 애써 평가절하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새로운 중단거리 지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고도와 사거리로 미뤄볼 때 신형 방사포보다 50여㎞ 더 날아갔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은 백령도·연평도 기습 공격 훈련을 했다고 한다. 북한 특수부대는 우리 군의 구형 군복과 똑같은 위장복을 입고 섬 점령 훈련까지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7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안보태세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 하지만 안이한 인식은 정부 내에 팽배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5일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로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적인 과제로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유엔 제재 결의 위반과 재가동에 반대하는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 있는 주장이다.
정부는 북한 도발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사실을 사실대로 직시할 때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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