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파산·실직·이혼 수치심에… 증발을 택한 일본인들

입력 : 2017-08-26 03:00:00 수정 : 2017-08-25 19:45: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레나 모제·스테판 르멜 지음/이주영 옮김/1만5000원
인간증발/레나 모제·스테판 르멜 지음/이주영 옮김/1만5000원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된 남성. 그는 해고된 다음 날에도 출근하듯 집을 나서 저녁까지 회사 주변을 맴돌았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던 남성은 끝내 ‘증발’을 택했다. 말끔히 면도를 마치고 출근 복장으로 집을 나서 그대로 사라진 것이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 부부가 일본 도쿄 산야에서 만난 중년 남성의 10년 전 과거다.

일본에서는 매년 10만명이 사라진다. 이 중 8만5000명 정도가 ‘자발적 실종’이다. 신간 ‘인간증발’은 사라지는 일본인에 대해 프랑스인 부부가 5년간 탐사해 남긴 기록이다.

산야는 일본의 대표적인 빈민굴이다. 골목은 쓰레기와 술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일본 정부가 지도에서 지역명을 지워버렸을 정도다. 평범했던 일본인들이 빈곤과 고독, 위험, 죽음이 도처에 도사리는 이곳으로 숨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낙방 등을 겪으면서 수치심과 괴로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증발’한 이들의 다양한 초상을 담아낸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세계 3위 경제대국에서 발생하는 ‘증발’과 ‘자살’은 유달리 못났거나 심약한 개인의 탓일까. 책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마다 사라지거나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는 점을 지목한다.

저자들이 만난 실종자가족지원협회 후루우치 사카에 협회장은 “본인들은 마치 약한 불 위에 올라간 ‘압력솥’ 같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그러다 압력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다”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