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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내 고소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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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4 22:33:11 수정 : 2017-08-24 23: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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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우편 한 통이 배달됐다. 왼쪽 모서리에 적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곳을 천천히 개봉해 주십시오.’ 숨 한 번 고르고 조심스레 뜯었다.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피의사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처분하였으므로 알려드립니다.’ 처분죄명은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처분결과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사건번호, 처분일자까지 딱 네 줄뿐인 우편.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였다.

몇 번을 새로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건 누구일까. 끝난 건가….’ 시간을 되돌려 2014년 11월28일 금요일. 새벽 어둠이 가시기 전 시내 가판대엔 ‘정윤회, 국정개입은 사실’이란 제목을 단 세계일보가 깔렸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늘 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2년9개월 소송전의 시작이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우편은 무슨 사건이 종결됐다는 걸까. ‘십상시’의 신원을 밝히지도 않은 첫날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핵심 비서관·행정관들 여러 명이 “명예가 훼손됐다”며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며칠 뒤 정윤회씨도 민·형사 소송을 불사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실제 고소한 이는 누구, 몇 명이고 몇 개 사건이며, 병합인지 별개인지 궁금했지만 관심 가질 여유는 없었다. “고소 들어온 사건입니다. 아시죠.” 검찰 조사실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란 검사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 시작 전 “고소장을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묻자 “개인정보 때문에 어렵다. 정보공개 신청을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열람·등사를 신청해도 “거부하겠다”는 통보였다.

무혐의 처분 이유도 궁금하다. 2년9개월간 어떤 고민을 한 것인지. 검찰 관계자는 “보도된 내용이 공익에 관한 사항이고 기자는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해왔다.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다. 언론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익성, 진실성, 상당성이 인정되면 ‘무혐의’ 처분은 당연하다. 작년 7월 공소권 없음 처분된 사건도 있었다. 이 또한 전혀 몰랐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통지도 받지 못했다. 변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을 변호한 법무법인 예율 허윤 변호사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수사 기록 대부분을 열람·등사하도록 보장하는 반면 검찰은 법무부령인 사무규칙, 공공질서유지, 수사의 현저한 곤란 등 이유를 들어 열람·등사를 거부하고 제한한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의 서류 열람·등사를 제한해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면 이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형사 기록 열람·등사권은 형사소송의 모든 단계에서 가장 기본인 제도’(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제 짬이 나면 중앙지검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건별 고소인, 무혐의 처분 이유를 열람 신청하기 위해서다. 형사사법행정도 대국민 서비스란 인식은 언제쯤 가능할까. 김훈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머지 일은 기력이 없어서 더 말하지 못하겠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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