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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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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3 21:32:50 수정 : 2017-08-23 21: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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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생태적 원리에 바탕 둔
하천 제모습 찾아주기 사업 전개
우리도 자연 그대로의 복원 통해
홍수·산사태 등 자연재해 극복을
홍수 피해가 컸다. 비의 양이 엄청나게 많지 않았는데도 하천이 범람하고 침수되는 곳이 많았다. 우선 비의 전체 양보다는 시간당 내린 비의 양이 많았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번 비 피해를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우선 우리 주변의 환경 실태부터 살펴보자. 산에는 수많은 등산로를 만들어내고 여러 가지 시설을 들여 놓으면서 단단하게 다져놓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나무나 돌계단 등으로 포장까지 해 비가 올 때 지면의 물 흡수는 억제하고 흐름 속도는 높이고 있다. 빗물이 빠르게 흘러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곡은 산사태를 핑계 삼아 콘크리트 포장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봅슬레이 코스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빗물은 여기서도 머물 틈이 없이 가속도를 붙여 빠르게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릴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 발생할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서만 흘려보내면 된다는 논리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학
산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이다. 빗물은 한시도 머물 여유 없이 급히 흘러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급히 밀려내려 온 물 때문에 하수구 구멍은 미어터질 지경이다. 여기에 각종 쓰레기까지 합류하니 그야말로 쓰레기와 물이 산과 바다를 이루어 놓은 모습이다. 물이 넘쳐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를 빠져나가도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천의 폭은 토지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려는 사람의 땅 욕심 때문에 크게 좁혀져 있다. 게다가 공사의 편의성만 좇다 보니 강턱은 본래의 웅덩이형 단면을 벗어나 직각을 이룬 벽으로 세우며 다시 한번 통수단면을 좁혀 놓고 있다.

이에 더해 사람들의 선심을 얻기 위한 놀이터를 비롯한 각종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홍수터를 둔치라는 하천도 육지도 아닌 어정쩡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이러한 변화의 영향으로 현재 하천에는 그곳에 본래 자라던 식물 대신 그들과 비교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뻣뻣한 절대육상식물과 외래식물이 다수 침입해 있다. 더구나 하천의 본래 모습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사람들이 중심이 돼 ‘자연형 하천복원’이나 ‘생태하천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절대육상식물과 외래식물을 비용과 에너지까지 투자하며 일부러 도입해 갈 길 바쁜 물길을 또 가로막고 있다.

전국에 걸쳐 3만3000여개가 현존하는 보가 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보는 물을 모아 필요할 때 공급하는 이로운 점도 있지만 물 흐름을 조절해 둔치의 육지화와 그로 인한 육상식물 및 외래식물 침입을 유도해 홍수소통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그런 온갖 난관을 뚫고 빗물이 겨우 하류에 당도하면 이번에는 기후변화에 기인한 수온 상승으로 부피가 늘어나고, 여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더해져 밀려온 바닷물이 다시 한번 빗물이 흘러나갈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철저히 생태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하천을 비롯해 훼손된 생태계 제 모습 찾아주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하천복원 프로젝트로 알려진 ‘Room for the river’가 대표적이다. 기존 제방을 헐어내고 본래 하천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작업이다. 하천의 단면은 우리의 복단면과 달리 원 모습인 웅덩이형 단면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도입하는 식물은 하천변 흙속에 묻혀 있는 종자를 그 흙과 함께 뿌려주어 본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식물이 자리 잡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아가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그 정착과정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온전한 하천에서 확보한 대조생태정보에 토대를 두고 순응관리를 하며 하천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친수공간은 별도로 확보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하천을 즐기고 느끼게 해 우리와는 정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천과 인간 사이에 조화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참생태복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죄 없는 장맛비만 원망하지 말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휘해 자연재해를 극복해보자.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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