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기업인과 자영업 교민의 고충이 컸다. “지옥 같은 악몽을 경험했다”, “80만 교민 모두가 생사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민들이 많았다. 중국인들이 한국 식당이나 상점을 찾지 않으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사지 않은 사례도 늘었다고 한다. 중국 소비자의 외면으로 우리 상품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
양국 정부가 수교 25주년 행사를 따로 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다. 중국은 23일 동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우리는 다음날인 24일 북경대반점에서 ‘따로’ 행사를 갖는다.
5년 전인 2012년 8월의 20주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12년 8월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강창희 국회의장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경축리셉션에 참석해 장신썬 당시 주한 중국대사와 함께 20주년을 기념했다. 같은 시간 중국 인민대회당에서도 한·중 공동으로 20주년 행사를 치렀다.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해 양제츠 외교부장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는 23일 중국 측 행사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을 우리가 파악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관계가 나빠졌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가속화하고, 중국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25주년 행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행사 자체가 전환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한 외교관의 언급이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며 각오를 다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드 문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내실을 기해 철저히 기획하고 준비해서 때가 왔을 때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중관계는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중국이 경제를 일으키고 산업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능력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보완적 관계에서 경쟁적 구도로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 단계에 온 것이다. 사드는 경쟁적 구도를 좀 더 앞당긴 계기가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급성장 중인 거대 소비시장이다. 이제부터라도 중국의 변화와 흐름을 잘 살펴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엔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자본주의 경제의 가이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한·중이 상호협력하고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만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사드 경제 보복 상황에서도 반도체, 철강 등 일부 제품은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중국 측에서 필요한 제품이나 다른 곳에서 대체할 수 없는 제품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도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성과가 퇴색되지 않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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