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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너머 석양이 지면 영일만 독수리 해를 낚아챈다

입력 : 2017-08-25 14:00:00 수정 : 2017-08-24 14: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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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만큼 아름다운 일몰, 포항 호미곶 까꾸리계 해수욕을 즐기기엔 더위가 한풀 꺾여 바다를 찾기에 늦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듯싶다. 하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안길만 거닐어도 바다의 시원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을 시기가 이맘때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동해로 방향키를 잡는다. 동해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경북 포항 호미곶이 목적지다. 호미곶은 새해 일출을 보러 여행객이 몰리는 곳이기에 아무래도 겨울에 유명하다. 거기에 매서운 겨울 해풍에 말리는 과메기까지 있으니 겨울 여행지로 어울린다. 하지만 겨울에 호미곶을 즐기기엔 너무 춥다. 바다에 서 있는 ‘상생의 손’만 보고 후딱 돌아와야 한다. 오히려 이맘때가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있는 호미곶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때다.

한반도에서 호랑이꼬리에 해당하는 경북 포항 호미곶의 가장 위쪽 꼭짓점은 ‘까꾸리계’다. 까꾸리계 앞바다엔 날개를 접은 모습의 독수리 모양을 한 독특한 바위가 서 있다. 해가 저물쯤 까꾸리계를 찾으면 독수리바위 배경의 일몰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호미곶을 끼고 있는 호미반도는 한반도에서 호랑이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어 나와 있는 동해면과 구룡포, 호미곶, 장기면까지 해안선이 약 60㎞에 이른다. 그중 일출 명소인 호미곶 등대 부분이 꼬리 부분에서도 가장 튀어나온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동해안으로 툭 튀어나온 호랑이꼬리의 가장 위쪽 꼭짓점은 ‘까꾸리계’다. 호미곶 일출이 워낙 유명하니 상대적으로 까꾸리계는 한적하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포항 남구 대보면 구만리다. 포항에서도 가장 바람과 파도가 거친 곳이다. 풍랑이 칠 때면 청어떼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해안에 떠밀려 와 갈퀴로 끌어 담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갈고리 구(鉤)’ 자를 써서 ‘구포계’라 불렀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까꾸리계로 부른다.

까꾸리계 앞바다엔 날개를 접은 모습의 독수리 모양을 한 독특한 바위가 서 있다. 날카로운 부리를 쳐든 모습이 하늘로 날아가려는 형태다. 해가 저물쯤 까꾸리계를 찾으면 독수리바위 배경의 일몰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출만 생각하고 찾은 호미곶에서 마주하는 독특한 일몰 풍경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좀 더 어두워진다면 연오랑세오녀공원도 포항의 밤 풍경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포항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포스코다. 호미반도에 있는 연오랑세오녀공원의 바다 건너편이 포스코와 포항신항이다. 낮에 보면 우뚝 솟은 공장 굴뚝과 건물만 보인다. 어두워지면 이 굴뚝과 공장건물이 빛을 발한다. 딱히 야경을 조성하지 않아도 포항의 밤은 밤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공장 불빛 덕분에 언제나 밝다. 다양한 형태의 굴뚝과 건물의 불빛은 울긋불긋 화려하게 불을 밝힌 다른 곳의 야경과는 다르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란 걸 알기에 일부러 꾸민 야경보다 화려함이 덜하더라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포항 선바우길은 700m의 짧은 해안길이지만 파도와 해풍에 깎인 다양한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백색 절벽까지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다. 선바우길의 바위 표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자갈들이 드러나 있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바위가 세월에 깎여나간 것이다.
호미곶의 해안길을 걷는다면 입암리와 마산리를 잇는 선바우길 구간이 백미다. 동네 이름 입암은 풀어 쓰면 서 있는 바위다. 작은 어촌 마을인 이곳에 700m의 해안길이 조성돼 있다. 짧은 구간이지만 볼거리가 많아 심심할 틈이 없다. 파도와 해풍에 깎인 다양한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백색 절벽까지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다.

나무데크에 들어서면 이 마을 이름처럼 6m 높이의 선바우가 우뚝 서있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바위 표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자갈들이 드러나 있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바위가 세월에 깎여나간 것이다. 더구나 벼락까지 맞아 그 규모가 작아졌다고 한다.

선바우를 지나면 4개의 골이 파진 폭포바위가 나온다. 바닷물이 아닌 육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골을 타고 바다로 흘러내리면서 바위를 깎아 현재의 모습이 됐다. 이어 침식된 암반 위에 얹혀 있는 바위가 마치 왕관처럼 생긴 여왕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이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특이한 형태를 띤 것만은 맞다.

선바우길에서 가장 독특한 바위는 30여m 높이의 백색 절벽이다. 거무튀튀한 돌들이 이어지다 갑자기 흰 절벽이 나타난다. ‘힌디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화산 성분의 백토 때문에 흰색을 띠고 있다. ‘흰 언덕’, ‘흰덕’으로 불리다 ‘힌디기’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곳곳이 동굴처럼 패어있는 힌디기는 푸른 바다, 녹색 풀, 검은 바위와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한다. 힌디기를 지나 나무데크를 내려온 뒤 건너편 먹바우로 향하는 데크길로 올라선다.

선바우 길과 달리 이곳에선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바위섬 하선대를 볼 수 있다.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고 해서 ‘하선대’ 또는 ‘하잇돌’로 불린다. 보통 전설은 슬프게 끝을 맺는데 하선대에 얽힌 전설은 해피엔딩이다. 동해 용왕이 칠석날 선녀들을 하선대 위에 불러놓고 춤과 노래를 즐겼는데, 그중 한 선녀를 왕비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옥황상제가 반대했다. 용왕이 태풍을 잠잠히 하는 등 인간에 이로운 일을 하자 옥황상제가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포항=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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