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동해로 방향키를 잡는다. 동해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경북 포항 호미곶이 목적지다. 호미곶은 새해 일출을 보러 여행객이 몰리는 곳이기에 아무래도 겨울에 유명하다. 거기에 매서운 겨울 해풍에 말리는 과메기까지 있으니 겨울 여행지로 어울린다. 하지만 겨울에 호미곶을 즐기기엔 너무 춥다. 바다에 서 있는 ‘상생의 손’만 보고 후딱 돌아와야 한다. 오히려 이맘때가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있는 호미곶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때다.
한반도에서 호랑이꼬리에 해당하는 경북 포항 호미곶의 가장 위쪽 꼭짓점은 ‘까꾸리계’다. 까꾸리계 앞바다엔 날개를 접은 모습의 독수리 모양을 한 독특한 바위가 서 있다. 해가 저물쯤 까꾸리계를 찾으면 독수리바위 배경의 일몰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까꾸리계 앞바다엔 날개를 접은 모습의 독수리 모양을 한 독특한 바위가 서 있다. 날카로운 부리를 쳐든 모습이 하늘로 날아가려는 형태다. 해가 저물쯤 까꾸리계를 찾으면 독수리바위 배경의 일몰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출만 생각하고 찾은 호미곶에서 마주하는 독특한 일몰 풍경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포항 선바우길은 700m의 짧은 해안길이지만 파도와 해풍에 깎인 다양한 기암괴석은 물론이고, 백색 절벽까지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다. 선바우길의 바위 표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자갈들이 드러나 있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바위가 세월에 깎여나간 것이다. |
나무데크에 들어서면 이 마을 이름처럼 6m 높이의 선바우가 우뚝 서있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바위 표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자갈들이 드러나 있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바위가 세월에 깎여나간 것이다. 더구나 벼락까지 맞아 그 규모가 작아졌다고 한다.
선바우를 지나면 4개의 골이 파진 폭포바위가 나온다. 바닷물이 아닌 육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골을 타고 바다로 흘러내리면서 바위를 깎아 현재의 모습이 됐다. 이어 침식된 암반 위에 얹혀 있는 바위가 마치 왕관처럼 생긴 여왕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이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특이한 형태를 띤 것만은 맞다.
선바우 길과 달리 이곳에선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바위섬 하선대를 볼 수 있다.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고 해서 ‘하선대’ 또는 ‘하잇돌’로 불린다. 보통 전설은 슬프게 끝을 맺는데 하선대에 얽힌 전설은 해피엔딩이다. 동해 용왕이 칠석날 선녀들을 하선대 위에 불러놓고 춤과 노래를 즐겼는데, 그중 한 선녀를 왕비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옥황상제가 반대했다. 용왕이 태풍을 잠잠히 하는 등 인간에 이로운 일을 하자 옥황상제가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포항=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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