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아무리 천재여도 피칭과 타격 재능을 모두 타고나기는 쉽지 않고, 더군다나 선수들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프로 무대에서 둘 다 연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해낸 선수가 오타니다.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시속 160㎞ 안팎의 강속구와 예리한 제구로 한국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던 오타니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타율 0.346(130타수 45안타)을 기록 중이다.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가 맞붙은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한국 오타니'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가 탄생했다.
김강률은 5-6으로 뒤진 8회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피안타 없이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이 9회에 대거 5점을 올려 10-6으로 이기면서 김강률은 승리투수가 됐다.
이 5점을 올리는 데는 '타자' 김강률도 한몫했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오타니와 달리 김강률은 KBO리그 소속 다른 모든 투수와 마찬가지로 오직 본업에만 충실한 선수다.
타자로 경기에 나선 것은 중학교 때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9회초 '빅이닝'이 만들어지면서 2번 타자로 시작한 두산의 공격은 어느덧 1번 타자 김강률 타순까지 왔다. 야수를 모두 소진한 상태라 그가 타석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김강률은 9-6으로 역전한 2사 1, 2루에서 SK 백인식을 상대로 내리 볼 3개를 얻은 뒤 4구째를 노려봤지만 헛스윙했다.
이어 5구째에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고, 우중간을 향한 타구는 안타로 연결됐다. 2루 주자 박세혁은 홈을 밟았다.
프로 데뷔 이래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타점까지 올린 것이다.
김강률의 프로 통산 타율은 '10할'이 됐다.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이 타율이 유지될지도 모른다.
경기를 마친 김강률은 "(정신이 없어서) 누구 방망이를 빌려 썼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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