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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태극전사에게 사명감은 필수… 실력·정신력 겸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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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2 21:23:14 수정 : 2017-08-22 2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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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첫 전임감독
선동열(54) 감독은 중장년 야구팬들에게는 잊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한국야구의 ‘국보급 투수’로 1980년대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1996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주니치 소속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야구 국제화의 기틀을 닦기도 했다. 이런 선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올해 1월 열린 4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하는 등 대표팀의 부진이 이어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국가대표 전임감독제를 도입했고, 선동열 감독이 지난 7월 3년 임기의 초대 전임감독을 맡았다. 선 감독을 22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만났다. 선 감독은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는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선수 선발 때 기량과 함께 사명감, 투지 등 정신적인 면을 함께 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과 함께 한국야구의 장기적 발전까지 이끌어야 할 책무를 맡게 된 선 감독은 “유소년 야구에서 기본기가 실종됐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7월 3년 임기의 야구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선동열 감독이 22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대표팀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한국 야구 첫 전임 국가대표 감독된 소감은.

“책임감이 무겁다.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도 해봤고 이번에 감독까지 하게 됐지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나선다는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갖고 있다. 선수 생활 때도 그런 감정을 경험하고 지도자 때도 경험했는데 이렇게 나라를 대표한다는 게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첫 전임감독이라 책임감이 남들보다 무겁다.”

―감독직을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6월 중순쯤 구본능 KBO총재님과 식사를 했는데 대표팀 맡아 달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2주 정도 고민하다 수락했다. 우리가 WBC 1, 2회 때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3, 4회 때 예선 탈락을 하지 않았느냐. 좋은 성적을 거둔 1회와 탈락한 4회 대회 때 코치로 참가했는데 4회 대회 때는 팀에 스타급들이 많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단합된 모습이 적었다. 단기전에서는 하고자 하는 투지, 사명감 등이 상당히 중요하다. 당시 여러 부족한 것을 느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임감독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 겸임감독 시절에는 선수 구성에서 기술위원회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자기 팀 챙기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임감독은 감독이 선수를 직접 보고 직접 선수를 뽑는다. 나도 지금은 2군 경기도 보러 다니고, 1군 경기도 TV 등을 통해 매일 꼼꼼하게 챙긴다. 현재 대표팀은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회는 규정상 24세 이하 선수들만 출전하게 돼 있는데 이를 위해 폭 넓게 젊은 선수들을 보고 있다. 이런 선수 구성이 가능한 것도 전임감독제의 장점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표팀의 컬러와 선수 선발 기준으로 소개해 달라.

“시대가 바뀐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뀐 시대에도 태극마크를 다는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명감을 가진 선수가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사명감과 투지를 강조할 생각이다. 선수 선발에서도 기량과 함께 정신적인 면도 볼 생각이다. 어차피 국가대표는 최고 선수들 중 골라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량은 가르칠 부분이 많지 않다. 또 이제는 도덕적인 부분도 고려할 생각이다.”

―대표팀의 리빌딩은 어떤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나.

“사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리빌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가 프로팀 감독이라면 어린 선수를 써서 몇 년 안에 키우겠다는 장기적 계획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은 장기간에 걸쳐 선수를 키우는 게 아니라 대회에 맞춰 최고 전력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대표팀은 1, 2회 WBC 때 뛴 선수들이 계속 뛰는 상황이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이니 선수 구성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장 팀을 리빌딩하기보다 야구 전체의 환경을 바꿔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WBC 코치를 하며 느낀 한국 야구의 약점이 무엇인가.

“결국은 선수 풀의 문제다.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 구성은 대표를 했던 선수들이 계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대표급이 아닌 선수들의 실력 향상이 느리다. 특히 투수 쪽 문제가 심각하다. 취임식 때 한 경기를 책임질 투수가 없다고 얘기했는데 과거만 해도 류현진같은 선수들이 7회 이상 맡아주니 경기를 풀어나가기 수월했다. 지금은 국제대회에서 한 투수가 3이닝 막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경기에 3~4명 이상 교체하며 투수를 운용해야 하니 힘들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 아시아 최강에 올라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에 도전할 것이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올림픽 예선전 성격이 될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한·일전이 중요한데 일본 대표팀 전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실력은 일본이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한·일전은 우리 팀이 실력이 조금 달려도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투지나 애국심이 있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저도 일본에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나바 아쓰노리 현 일본 감독은 제가 선수 때도 상대했던 선수다. 감독으로서 첫 한·일전이 될 텐데 좋은 경기를 할 거다. 저뿐 아니라 팬들이 보기에 좋은 경기 했다고 인정할 만한 경기 하고 싶다. 단기전은 결국 수비다. 야구는 실수를 적게 하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타자 같은 경우 3할만 쳐도 잘 치는 타자다. 8~9할은 투수가 승리하는 경기가 야구인 것이다. 결국, 투수력과 수비가 가장 중요하고, 실수를 줄이는 게 승리의 핵심이라고 본다. 일본은 우리와 반대로 타자에 비해 투수가 굉장히 강하다. 아무래도 일본이 인구도 많고 고교 야구팀도 4300개나 될 정도로 야구 저변이 넓다. 거기서 나오는 선수보급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투수의 경우 자원이 풍부하다보니 2군에서 변화구와 제구 등 완벽히 가다듬어 올릴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아시아 챔피언십은 24세 미만 대회라 선수 구성에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취약한 쪽이 포수다. 1군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투수 쪽도 풍부하지는 않다. 이번 대회에 뽑힐 선수 중 국제경험 있는 선수 1~2명 불과할 듯하다. 다만 이 대회가 한국 야구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가 도쿄돔에서 열리는데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종목이 열릴 곳이다. 그런 구장에서 뛰는 경험을 어린 선수들이 하게 되면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효과적인 젊은 선수 육성 방안을 소개해 달라.

“과거에는 전지훈련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체력훈련만 했었다. 건설현장으로 치면 기초를 다지는 과정인 셈이다. 그러데 현재는 유소년 대회가 3월 초부터 열린다. 그러다보니 1월부터 기술훈련을 하게 된다. 체력을 다진 후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데 시즌이 빠르니 기술훈련만 하는 현상이 생겼다. 유소년 때는 기본기가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3월 대회 폐지하고 대회를 4~5월부터 하려고 하는데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전임감독으로서 아마야구와 프로야구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전력분석과 훈련기간에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컨디션 조절 위한 트레이너 지원, 불펜포수 같은 훈련 지원 등 필요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을 위해 프로 쪽에 많은 부탁을 했다. 코칭스태프 보수 등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잘될지 모르겠지만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대담=최현태 체육부장 , 정리=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은

●1963년 1월 10일 광주 ●광주일고 졸업 ●고려대 졸업 ●해태(1985∼1995년), 주니치(1996∼1999년) 투수 ●KBO 통산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정규시즌 최우수선수 3회, 평균자책점 1위 8회, 골든글러브 투수부문상 6회, 최다승 4회, 최다탈삼진 5회, 최우수 구원투수 2회 ●일본 프로야구 통산 10승 4패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9 ●삼성 라이온스 감독(2005~2010) ●1회, 4회 WBC 대표팀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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