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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엄 갤러거 "북한보다 트럼프가 더 걱정이다"

입력 : 2017-08-22 16:35:31 수정 : 2017-08-22 16: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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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이왕 죽을 거면 멋있고 쿨하게 죽으려고 해요. 해야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는데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못하죠."

'제2의 비틀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끈 '오아시스'를 형 노엘(50)과 함께 이끌었던 리엄 갤러거(44)는 여전한 로커였다. Fxxx 등 거침없는 말이 난무했지만 뚜렷한 소신은 오히려 록을 무기로 삼은 진정한 신사로 보였다.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호텔에서 만난 갤러거는 최근 내한한 팝스타들 사이에서 불거진 북한 이슈에 대해 "절대 두렵지 않다"면서 "철저하게 보안에 신경을 쓰고 좋은 공연을 펼쳐야하겠지만 무서워서 움찔한다든가 신경을 쓴다거나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3)의 첫 내한공연 당시 그녀가 한국에 불과 7시간 머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팬들을 소홀하게 대했다는 시비가 불거졌다. 동시에 그녀의 그런 행동 원인 중 하나로, 최근 북한 핵 문제 등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불안이 지목되기도 했다.

갤러거는 그란데가 지난 5월 맨체스터에서 펼쳐진 자신의 공연에서 벌어진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6월4일 영국의 명문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연 자선 공연 '원 러브 맨체스터(One Love Manchester)'에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 함께 오아시스의 대표곡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부르기도 했다.

"그란데를 비롯해 위험에 신경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공연을 하고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테러로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하지만 저는 아이에스(IS·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는 신경 쓰지 않겠어요."

북한 이슈에 대해서는 뉴스 등을 통해 접하고 있지만 따로 "코멘트를 할 수는 없을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보다는 미국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그 사람에 대한 감은 없지만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지 보이니까요. 어차피 우리는 큰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작은 사람들이에요. 언제 죽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누차 말하지만 멋있게 죽고 싶어요. 뉴스에 나오는 내용들은 프로파간다(선전) 같아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그것에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사는 거죠."

그런 사상과 정신이 저항이 깔려 있는 로큰롤 정신에 기반한 것이냐는 물음에 "살면 살고 죽으면 죽는 거죠. 음악적인 영향보다는 원래 그랬어요"라고 어깨를 으쓱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쿨내가 진동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1994년 데뷔앨범 '데피니틀리 메이비(Definitely Maybe)'로 당시 영국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 힘든 완성도의 이 앨범은 '슈퍼소닉' '셰이크메이커' '리브 포에버'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이들을 대형 록밴드로 발돋움시켰다. 이후 비틀스와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팀의 주축 멤버이자 형제인 노엘과 리암의 불화로 2009년 해체했다. 이후 노엘은 자신이 이끄는 밴드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드'로 활동했다. 리암과 오아시스 다른 멤버들은 '비디 아이'를 결성했으나 이 역시 해체됐다.

오아시스의 명성은 하지만 여전하다. 전날 갤러거가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할 당시 팬들에게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던 갤러거가 수많은 팬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당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갤러거는 "열정적으로 환영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그런 반응은 한국에서만 있는 건 아니에요. 어느 곳이든 (공항 입국 당시) 문만 열면 대환영이죠"라고 웃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번 환영은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했다"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환영하라고 음반사(워너뮤직)에서 팬들을 고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오는 10월6일 솔로 앨범 '애스 유 웨어(As You Were)'를 발매하는 갤러거는 5년 만인 이번 내한 역시 밴드가 아닌 솔로로 찾았다. 그는 과거 수차례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 관객들이 미친 사람에 가까운 열정을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했다.

"이번에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영국이나 스코틀랜드 같은 곳에서는 관객들이 포악할 정도로 반응을 하는데 이 두 나라만 벗어나면 관객들의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근데 한국 관객들은 영국 관객들 쪽에 가까워서 보기 좋아요."

그동안 공연만 하느라 한국을 둘러보지 못했다는 갤러거는 이날 오전 국제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 형상 동상을 찾아가 기념사진을 남기고, 봉은사 등을 찾기도 했다.

"동상 옆에 어떻게 춤을 추는지 가르쳐 주는 설명이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경비 아저씨가 나오시길래 목소리가 크셔서 장난치지 말라고 하시는 줄 알았는데, '춤을 추려면 제대로 추라'고 하시면서 제대로 된 동작을 가르쳐주시더라고요."

마초 같고 강하기만 할 것 같았던 갤러거는 이날 의외로 귀엽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많은 뮤지션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공격하는 '디스 문화'의 선봉장이기도 한데 과거 그는 싸이에 대해 칭찬하기도 했다.

"제가 다른 가수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굳이 부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싸이 노래는 들으면 행복해집니다. 잠깐 동안 유행한 것도 아니고 오래 사랑을 받잖아요. 싸이는 행복을 안겨주는 아티스트입니다."

본인의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면 어떤 모습이었는지 묻자 "기왕 만들거면 동이 아닌, 금이나 플래티늄(백금)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저랑 닮았으면 해요. 어떻게 만들 지는 다 지정해놓았다"고 웃었다.

갤러거는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가 이날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치는 '리브 포에버 롱(LIVE FOREVER LONG)' 무대를 위해 내한했다.브리티시 로큰롤의 상징인 갤러거와 미국 하드록을 대표하는 '푸 파이터스', 그리고 한국 인디 록의 대표 주자인 '모노톤즈'가 한 자리에 모인다.

한국 록팬들과 업계는 갤러거와 푸 파이스터스가 한국에서 함께 공연하는 이벤트 자체에 고무되는 분위기다. 공연 타이틀은 오아시스와 푸 파이터스의 각각 대표곡 중 하나인 '리브 포에버'와 '에버롱'을 아우른 것이다.

최근 갤러거 공연의 월드 투어 세트리스트를 보면 오아시스 노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옛날을 무조건 그리워하거나 회상하는 건 아니고, 오아시스 노래들은 제 노래이기도 하고 그 보다는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이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오아시스 곡들을 빼고 공연하기도 했어요. 근데 어느 팬이 '내가 말이야 오아시스 노래를 듣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표를 사러 왔는데 너는 왜 오아시스 노래를 하나도 안 들려주냐'고 섭섭해하신 이야기를 들은 뒤 깨달았죠. '내가 이 사람들 때문에 존재하는데 원하는 노래를 해야겠다'고요."

갤러거는 그러니 오아시스 노래를 대거 부르는 이날 공연에서 한국 팬들에게 적당히 과격하게 잘 즐겨달라고 주문했다.

"스코틀랜드에서 공연하면 오물이 막 날아와요. 다른 것 좋은데 그건 좀 별로에요. 예전에 로큰롤 스타하면 우아한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일을 겪으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죠. 하지만 한국 팬들은 적당히 예의를 지켜요. 뛰고 밀고 소리 지르고 과격해지세요. 오물만 자제해 주시고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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