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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전통한지 긁고 물감 입혀 한국화에 공감각을 불어넣다

입력 : 2017-08-22 20:56:02 수정 : 2017-08-22 20: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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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까지 유근택 작가 개인전 “겸제 정선의 만폭동도는 단순한 산수풍경화가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만개의 폭포가 울려퍼지고 있는 시적인 정서에 맞춰 그린 그림이다. 비로봉에서 시작해 금강산 전체를 물줄기처럼 표현했다. 시각적인 것을 물소리라는 청각적인 세계로 전환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화의 새로운 시대를 화두로 작업하고 있는 유근택(52) 작가는 이런 공감각적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한지라고 말했다.
한지를 운필에 가두기보다 첨단 미디어로 삼고 싶다는 유근택 작가. 그는 공감각적 표현수단으로서 한지를 새로운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4차산업의 차원이 공감각적 세계다. 한지는 현대 미디어가 지향하고 이런 성격에 어울리는 물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미술의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다.”

이는 이미 곽희의 ‘조춘도’에서도 볼 수 있다. 마치 드론 촬영 영상을 방불케 한다. 두루마리 회화에서는 영화의 이동시점을 엿볼 수 있다.

“모두가 한지라는 물성이 가진 특징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는 오는 9월17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6배접한 한지를 물에 흠뻑 적신 다음 철솔로 마구 긁어서 한지를 일으켜 세우고, 먹과 호분으로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밑그림이 공포스럽게 다가오지만 물감이 스며들면서 거친 숨이 차츰 잦아들게 된다. 한지의 스밈과 겹침이 공간을 극대화한다.”

사실 서양 캔버스는 바탕에 젯소칠을 해 물감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완전한 평면성에 충실한 것이다.
어떤 도서관-아주 긴 기다림.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 중에서 도서관 그림이 그의 새로운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서사적인 시간이 머무는 공간과 기다리다 지친 모양새의 빨랫감이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난다.

“축 처진 빨랫감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방 시리즈에서 천장의 줄에 걸린 모기장은 언제라도 푹 떨어질 것만 같은 인간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지를 첨단 미디어로 삼고 있는 유 작가는 동양화가 더는 운필(運筆)만 갖고서 현대의 감수성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관념산수화에서 벗어난 일상을 끌어들인 작업도 같은 맥락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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