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이날 “현재까지 조사결과 지난 18일 사고 자주포에 포탄과 장약을 장전한 상태에서 폐쇄기에서 화염과 연기가 새 나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포신(砲身) 뒷부분에 있는 폐쇄기는 포탄과 장약이 장전되면 닫히고, 포탄을 발사해 화염과 연기가 배출되면 자동으로 열린다. 포탄 발사 전 폐쇄기에서 연기가 난 것은 폐쇄기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생 장병 합동영결식 2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K-9 자주포 사고 희생자 이태균 상사(1계급 추서)와 정수연 상병(〃) 합동영결식에서 영정을 앞세운 이 상사의 유해가 동료 장병에 의해 운구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
육군 관계자는 “포탄이 장전되면 자동으로 잠겨야 하는 폐쇄기에 이상이 발생해 자주포 내부에 연기가 퍼지며 불꽃이 일면서 내부에 남아 있던 장약을 연소시켜 장병들을 덮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자주포의 폐쇄기는 꽉 닫혀 있지 않고 압력에 의해 약간 벌어진 상태였다”며 “포신과 폐쇄기 사이에 밀폐링이란 게 있는데,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는지 정밀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밀폐링은 폐쇄기에 부착돼 연기나 화염을 막는 부품이다.
발사 버튼을 누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세번째 포탄이 발사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자주포에 타고 있던 한 부상 장병은 “포탄 2발을 쏘고 나서 3번째 발사를 준비할 때 폐쇄기에서 갑자기 연기와 화염이 났고,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3번째 포탄이 발사됐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육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K-9 자주포 포신에 포탄 1발(3번째 포탄)이 장전된 상태에서 원인불상으로 발사됐다”며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발사됐다는 주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 K-9 자주포는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격발 스위치가 작동되지 않도록 돼 있다.
2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중 순직한 故 이태균 상사와 故 정수연 상병의 운구가 실린 차량이 도열한 동료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
한편 이번 사고로 순직한 이태균 상사(1계급 추서)와 정수연 상병(〃) 합동영결식이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육군 5군단장(葬)으로 엄수됐으며 유해는 화장된 뒤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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