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남대문 시장/불빛들은 넓고 바쁘다
어제의 상품이 고물로 변하는 세상/새 디자인을 찾은/붉은 눈빛들이 번쩍인다//
그 번쩍이는 눈빛 속 거기/섞여 있는 젊은 날의 나와
가끔 어깨를 부딪치면서 만나/한밤 국수 한 그릇 말아먹고 싶다
처음 세상에 뿌리를 내리던 날들/쉽사리 남의 세상에 들지 못하고
숨이 차도록 소리를 지른/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
찬바람 마주하던/그날이/깊은 뿌리가 되었다
시장통에 서 있던/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곳곳에/과거가 많은 사람들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어제의 상품이 고물로 변하는 세상/새 디자인을 찾은/붉은 눈빛들이 번쩍인다//
그 번쩍이는 눈빛 속 거기/섞여 있는 젊은 날의 나와
가끔 어깨를 부딪치면서 만나/한밤 국수 한 그릇 말아먹고 싶다
처음 세상에 뿌리를 내리던 날들/쉽사리 남의 세상에 들지 못하고
숨이 차도록 소리를 지른/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
찬바람 마주하던/그날이/깊은 뿌리가 되었다
시장통에 서 있던/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곳곳에/과거가 많은 사람들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원은희 |
‘쉽사리 남의 세상에 들지 못’했던 젊은 날의 시인은 새벽녘, 잠을 자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남의 세상’에 들기 위해 남대문시장에서 고투를 벌인다. 시인은 ‘어둠이 내려앉은 시장 골목’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세상과 맞서 ‘숨이 차도록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비로소 ‘깊은 뿌리’를 내린다.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어제의 상품이 고물로 변하는 세상’에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어둠을 이긴 자만이 쉽게 지치지 않듯이, 과거가 많은 살아 있는 눈빛들만이 삶에 뿌리를 깊게 내릴 것이다.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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