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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버킷리스트와 ‘바로 지금’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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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1 21:19:03 수정 : 2017-08-21 21: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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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킷리스트’ 흥행으로 널리 알려져
국내도 젊은층 중심 ‘바로 지금’ 문화 확산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2007년 영화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의 명대사다.

같은 병실에서 죽음을 앞둔 두 주인공은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든다. 그리고 병실을 떠나 이를 하나씩 실행한다. 성공한 사업가와 자동차 정비사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주인공은 문신하기, 카레이싱, 스카이다이빙 등 젊은 시절 하고 싶던 일을 함께 해 나가며 삶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진정 나는 누구인가’를 파악하고 삶의 기쁨, 웃음, 그리고 우정의 의미 진정으로 이해한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해 꼭 보거나 해보고 싶은 것을 적은 목록을 가리킨다. ‘죽다’라는 뜻의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유래했다.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차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하던 중세시대 행위에서 나온 말이다.

영화 ‘버킷리스트’의 각본을 쓴 작가 저스틴 잭햄이 목록이라는 단어를 연결해 합성어를 만들었다.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서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따라하기’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여러 정치적 연설에서 이루고자 하는 정책을 언급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하곤 했다.

용어가 등장한 지 10년 만에 버킷리스트는 큰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이 용어를 검색하면 ‘1000가지 혹은 1만 가지 아이디어,’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일’ 등의 사이트가 연이어 등장한다.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수많은 카페와 블로그 글들이 올라 있다. ‘버킷리스트’를 제목으로 하는 서적도 이미 수십 권에 달한다. 여행, 취미, 쇼핑 등은 물론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한 로맨틱 버킷리스트까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화제가 되곤 한다. 미국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는 대표적인 예는 ‘버킷리스트 패밀리’다. 지난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록을 남기는 가족 이야기다. 28세의 백만장자 사업가와 부인, 그리고 4세와 7세 자녀의 여행기다.

바코드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수백만 달러의 자산을 모은 젊은 아빠는 일을 포기했다. 현금은 미래를 위해 투자해 놓고, 집과 차량을 판 5만 달러로 수년간 여행 중이다. 아이들과 아프리카 고래 관찰 다이빙 등 독특한 여행을 하면서 글을 남긴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도 생겼다. 지금은 운영 중인 계정의 광고후원으로 더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고 있다.

버킷리스트 풍조와 ‘바로 지금’ 문화가 결합한 것이다. 영화처럼 인생의 끝부분에서 삶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참고 인내하기보다는 현재를 그리고 젊음을 즐기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바로 지금’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20대에만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 등의 글들이 SNS에 자주 올라온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소비문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환경과 직장문화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충분히 즐기면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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