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의 사격훈련 중 내부 사고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장비 결함, 장약 불량, 탄약 관리 부주의 등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세부적으로는 탄두 폭발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상 장병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포신 뒷부분에 탄약과 장약을 삽입하는 폐쇄기에서 연기가 새 나오더니 이내 포탄 발사와 폭발로 이어졌다고 한다.
K-9 자주포는 북한보다 열세인 포병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9년부터 10년간 연구와 시험 끝에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돼 2000년부터 전력화됐다.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국군의 주력 포병 전력으로 명중률 90%를 자랑해 왔다. 대당 가격이 37억여원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당시부터 사고가 잦아 우려가 적잖았다.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던 2010년 11월 당시 연평부대에 있던 K-9 자주포 6문 가운데 3문이 고장 나 작동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K-9 자주포는 최근 5년간 1708회나 고장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한 번 꼴로 이상이 생겼다는 얘기다. K-9 자주포는 현재 500문 이상이 실전 배치됐다. 방사청은 내년부터 K-9 자주포의 성능개량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야당은 “가뜩이나 안보가 불안한 상황에서 큰 걱정”이라며 “방사청은 내년으로 미룰 게 아니라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정비 불량이나 관리 부주의가 아니라 자체 장비 결함으로 확인되면 문제는 심각하다. 방산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 한 번씩 고장 나는 무기라면 근본적인 결함이 의심된다. 안보를 좀 먹는 방산비리는 시급히 뿌리뽑아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국방개혁은 우리 군인이 제대로 된 무기를 갖고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국방개혁 차원에서 K-9 자주포의 잦은 고장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