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5㎞로 달리는 버스가 바로 앞에 정차돼 있는 차량 모형에 가까워지자 요란한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난 지 1초 정도밖에 되지 않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급정거했다. 이 차량에 탑승한 기자와 교통안전공단 관계자 20여명 중 일부가 충격에 놀라 ‘악’ 하는 소리를 질렀다. 안전벨트를 맨 탑승자들과 달리 좌석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던 가방 등이 바닥으로 떨어져 우당탕 소리를 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패드를 밟은 게 아니었다. 이 버스에 설치된 자동비상제동장치(AEBS)가 차량을 멈춰 세운 것이다. 김성섭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AEBS를 장착한 차량이라도 안번벨트를 매지 않으면 2차 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안전공단이 18일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가진 ‘버스 첨단안전장치 기능 시연회’에서 AEBS가 장착된 버스가 제동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
AEBS의 경우 시속 72㎞ 기준 정면에 정차한 차량과 충돌하기 2초 전부터 운전자에게 시각·청각·촉각을 통한 경고를 보내고 엔진 구동력을 낮춘다. 이후 운전자 반응이 없으면 강제로 제동한다. 다만 고속 운행 시 충돌을 완전히 막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눈비가 올 때 등도 센서 반응이 느릴 수 있다. FCWS, LDWS의 경우 엔진 제동 기능이 없다. 경고 기능뿐이기에 운전자의 적절한 반응이 있어야만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은 지난 3월 사업용자동차에 의무 장착된 운행기록계에서 디지털운행기록자료를 추출해 운전자의 최소휴게시간 준수 여부를 단속할 수 있는 ‘피로운전 단속기’를 개발했다. 정부는 이 기기를 활용해 지난 7월부터 현장 단속을 진행 중이다. 교통안전공단 오영태 이사장은 “첨단안전장치 보급 확산, 피로운전 단속기 개발 등 통해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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