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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나는 공범자일까? 방관자일까?

입력 : 2017-08-19 14:00:00 수정 : 2017-08-18 17: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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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퀴즈 하나 내볼까 한다. 다음 영화 네 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이빙벨’(감독 이상호 외, 2014)

‘자백’(감독 최승호, 2016)

‘7년-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 2016)

‘공범자들’(감독 최승호, 2017)


위에 표기된 대로 ‘자백’과 ‘공범자들’은 모두 최승호 감독의 영화이다. ‘7년...’과 ‘공범자들’은 모두 해직 언론인의 현재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언론 상황을 다룬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 논란을 다루지만, 결국 당시 오보를 쏟아낸 언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백’ 역시 간첩조작 사건을 다루면서, 그 사건을 다룬 언론도 비판한다.

다시 퀴즈로 돌아와, 네 편의 영화에 해당되는 공통점은 일단 다큐멘터리영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지난 10년 사이 공영방송에서 사라진 언론인들이 연출했다. 이상호 감독은 MBC 정치부 기자, 최승호 감독은 MBC ‘PD수첩’ PD, 김진혁 감독은 EBS ‘지식채널e’ PD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영화는 TV 시사프로그램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사건이나 사람들을 쫒으며 어떤 조직이나 사람들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말도 안 되지만, ‘다이빙벨’은 부산영화제 상영과 개봉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다이빙벨’을 배급한 시네마달은 폐업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공범자들’은 개봉 직전 MBC 전현직 임원 5명이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홍보에 차질을 겼었다. 다행히 법원이 개봉 사흘 전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공범자들’은 퀴즈로 냈던 영화들 중 가장 많은 스크린에서 지난 17일 개봉됐다.

‘공범자들’은 개봉 첫날 186개 스크린에서 총 341회 상영됐다. 스크린 당 1.8회 정도 상영된 셈인데, 한 스크린에서 하루 종일 상영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개봉 첫날 확보 좌석 중 24.1%를 채워준 관객은 9721명이었다.

최승호 감독의 이전 영화인 ‘자백’은 작년 10월13일 125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는데, 상영 횟수는 330회로 이번 ‘공범자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개봉 첫날 7812명 관객으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14만3944명의 관객이 ‘자백’을 통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의 민낯을 목격했다.

이번 ‘공범자들’은 지난 9년간 KBS, MBC, 방송문화진흥회, YTN 등 공영방송이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망가져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방송에서 사라진 수많은 언론인을 만날 수도 있다. 스케이트장으로 발령이 나거나, 해직되거나, 혹은 사직해 볼 수 없었던 그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사라지게 한 이들 즉 공범자들이 카메라를 피해 도망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스크린 찾아 이 만리 정도는 해야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공범자들’ 관람을 통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십년이 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일들의 목격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본인도 모르는 새 방관자가 되어 의도치 않은 공범자가 되어있었다면 더더욱 말이다.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에서 만났던 YTN 해직 기자들의 복직 소식이 들려온다. ‘공범자들’에서 만나는 사라진 언론인들의 복귀도 기대해본다. 그리고 공범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빠른 시일 내에 시작되길 바란다.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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