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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믿음의 손 내밀어 준 제2의 조국… “메달로 보답” 전훈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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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9 11:30:00 수정 : 2017-08-19 11: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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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한국인과 해외 교포/ 루지 프리쉐·바이애슬론 랍신 등/“올림픽만이 아닌 진심 느껴져 귀화”/ 캐나다 교포 임진경 “태극마크 영광”/ 낯선 한국 문화 적응 ‘고군분투’/
미국 콜로라도 출생인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 마이크 테스트위드(30·안양 한라)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강태산(姜太山)으로 정했다. ‘강하고 큰 산’이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15년 3월 체육 분야 우수 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진짜’ 한국인이 됐으며 한국에서 생활한 것은 올해로 5년차다. 테스트위드는 주꾸미볶음, 김치제육 등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시즌이 끝나고 미국에 가 있으면 김치 생각이 절실히 난다”고 말하는 테스트위드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5개월여 앞두고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현재 세계 각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표팀 선수 중에는 테스트위드처럼 ‘푸른 눈의 한국인’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과 각오는 다른 선수들 못지않다. 귀화선수들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제2의 조국’ 대한민국에 메달을 안기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11일 해외에서 훈련 중인 귀화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귀화를 결심한 배경과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들어봤다.

#왜 나는 한국인이 됐나

독일 출신 루지 대표 아일린 프리쉐(25)는 2003년 알텐베르크에서 처음으로 루지 선수가 됐다. 그는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루지 훈련 센터에 가게 됐고 투어 끝에 루지를 타고 직접 경사로를 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썰매의 한 종목인 루지는 최고 시속 150㎞를 넘나든다. 대부분의 반 친구들이 겁을 먹고 타지 않으려 했지만 프리쉐는 당차게 나서 루지에 올랐다. 프리쉐는 “정말로 좋았다. 그때 루지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자신감 루지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왼쪽 두번째)가 지난 2월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2016-2017시즌 9차 월드컵을 마치고 동료 선수들과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프리쉐는 2012년 세계 주니어선수권 2관왕에 오르며 루지 강국 독일에서도 주목받던 기대주였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에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독일 대표팀에 탈락한 뒤 2015년 은퇴했다. 그때 한국루지연맹의 부탁으로 귀화선수를 찾던 한국대표팀 샤테 스테펜(45·독일) 감독이 프리쉐에게 손을 내밀었다. 몇차례 제안을 고사하다 올림픽 꿈을 포기하지 못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프리쉐는 “모든 운동 선수들처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내 꿈이다. 빠른 썰매를 만들고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등 작은 목표에 차근차근 도달했을 때 메달을 딴다는 큰 목표에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본다”고 각오를 밝혔다.

女 아이스하키 대표 임진경 투혼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임진경이 지난 4월 강원도 강릉 관동대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네덜란드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대넬 임(24·한국명 임진경)은 언제나 마음속 가까이 한국이 있었다. 부모님이 모두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간 교포 2세였기 때문이다. 대다수 아이들이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캐나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임진경은 오빠들을 따라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오빠들은 주니어(18세 이하 레벨) 전에 모두 하키를 그만뒀지만 임진경은 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2013년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올림픽에 대비해 캐나다·미국에 있는 한국계 선수를 찾았고 임진경이 제안을 받아들여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임진경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가족 모두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얻게 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티모페이 랍신
뉴질랜드 와나카에 있는 스노팜 경기장에서 전지훈련 중인 바이애슬론 남자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29)은 “한국에서 나를 지지하고 믿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애슬론 여자 국가대표 안나 프롤리나(33)는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수준의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 나를 믿고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한국이 이들에게 준 것은 단순히 ‘올림픽 참가 기회’가 아닌 ‘믿음’인 셈이다.

#귀화선수들의 한국문화 적응기

프리쉐는 평소 아침을 혼자 먹는다. 국과 밥, 반찬이 나오는 한국식 아침 식사에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프리쉐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로 잘 지낸다”고 말하지만 25년 동안 익숙해져 있었던 독일 문화에서 벗어나 낯선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프리쉐 스스로 대표팀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프리쉐가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 난 저녁, 종종 지친 몸을 이끌고서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 동료들과 둘러앉아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한국말 연습이다. 이 시간에 프리쉐는 팀 동료에게 독일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프리쉐는 “한국을 발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진짜 현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며 “내년에는 올림픽을 마치고 한국에 살면서 진짜 한국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임진경은 토론토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부모가 교포 2세라 한식을 좋아할 정도로 한국 문화가 익숙하다. 하지만 모든 한국 생활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고향 생각과 힘든 훈련에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동료가 임진경의 옆에서 힘이 돼준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관심을 가지고 어학원에 다니면서 꾸준히 공부한 끝에 한국말을 알아 듣는 것은 무리가 없는 정도가 됐다. 그래도 한국어로 말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런 임진경이 서툰 한국말로 보낸 이메일에는 한국인으로서의 남다른 각오가 담겨 있다. “꼭 승리하고 싶다.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정말 몰라볼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지만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본다”

안나 프롤리나
#귀화선수 영입으로 대표팀 기량도 쑥쑥

귀화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들어온 뒤 팀 분위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대표팀 관계자와 선수들은 동기부여와 실력 향상 등 긍정적인 영향을 두루 미쳤다고 대답했다. 박철성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총감독은 “합숙훈련 및 전지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생각 및 태도 등이 크게 바뀌었다. 선수들 간의 경쟁과 훈련 집중도가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선수들은 귀화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지도자에게 질문하고 같은 수준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테펜 루지 대표팀 감독도 “프리쉐 선수가 팀에 합류함으로써 기존 국내 선수들이 자극을 받게 됐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루지 강국 독일의 기술이나 썰매 관리를 알게 되고 프리쉐 선수 또한 한국사람의 정신력이나 문화를 배우면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기존 한국 선수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바이애슬론 대표 김용규(23)는 귀화선수가 팀에 합류한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경험이 많은 랍신, 프롤리나 선수를 통해 경기 운영 및 노하우 등을 보고 배우는 것들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그들이 다른 선수들에게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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