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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산업혁명’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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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8 23:06:23 수정 : 2017-08-18 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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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바이오·물리학 융합 핵심 / 또 다른 신기루 아닌지 의구심 / 허·실 따져보고 차분히 준비할 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이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사회적 핫이슈로 회자되고 있다.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어젠다(의제)로 선정했다. 이전의 제1차 산업혁명은 철도·증기기관 발명으로 물류가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했고,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생산 조립 라인 등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열었다. 제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생산이 더욱 자동화되고 통신이 일반화됐다. 그리고 4차 산업 시대가 열린 것이다.

WEF 회장이자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인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자신의 저서인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이 경제 체제와 사회 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0개의 선도 기술’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로 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공유경제 등을, 바이오산업 기술로 유전공학·합성생물학·바이오프린팅 등을, 그리고 물리학 기술로 무인운송수단·3D프린팅·로봇공학·신소재 등을 꼽았다. 그는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그리고 자율 자동차 등의 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
그러나 ‘4차 산업은 과연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신산업 동력인가’에 대한 물음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정권의 ‘창조경제’ 프레임이 붕괴된 지금, ‘4차 산업혁명’은 정치권과 기업이 합작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 띄우고 있는, 또 다른 장밋빛 신기루는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혁신을 하면서도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쓰지 않은 대신 대부분 ‘디지털 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공룡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또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 내는 기술과 혁신을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WEF는 2016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및 신흥 시장 15개국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될 뿐, 710만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4차 산업의 과실(果實)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이다. 물론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제조파트너십(AMP)’, 독일의 ‘인더스터리4.0’, 일본의 ‘로봇 신전략’ 등 자국의 산업 강점에 4차 산업의 선두 기술을 접목해 제조업 혁신을 도모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또한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 모두 ‘4차 산업혁명’ 완성을 위한 조급증 대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물론 유수 선진국에 비해 늦은 편이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이미 세계적 수준이고, 축적된 빅데이터 역시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기업 모두 4차 산업이 과연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답인가에 대해 4차 산업의 허와 실을 진지하게 따져보고 차분히 준비할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창조경제’처럼 막대한 세금과 인력·시간만 낭비한 채 그만두는 어리석은 일을 다시금 반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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