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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이모님’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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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8 22:46:34 수정 : 2017-08-18 23: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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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姨母】 명사.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부모님 도움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 엄마·아빠에게 이모란, ‘가정에서 엄마·아빠를 대신해 어린 자녀를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더 있다. 사전적 의미의 이모보다 어쩌면 더 절실한 의미를 갖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이모를 찾아나선 건 지난해 3월. 둘째 아이의 육아휴직이 끝나기 두달 전이었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어린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길 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믿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은 그런 면에서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서비스다. 아이돌봄은 소득에 따라 이용금액의 0∼75% 범위에서 정부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소득조사, 지원여부 결정, 이용신청을 거쳐야 한다. 이것저것 구체적으로 물어볼 겸 관할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등하원 도우미를 소개받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는 물음에 담당자는 “대기가 많아서 원하는 시기에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등원과 하원을 각각 다른 사람이 맡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이용자도 많을뿐더러 하루 두번씩 왔다갔다하는 ‘등하원’ 도우미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란 이야기였다.

산후조리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이모님 구하기든 배 속부터 줄서야 하는 나라, ‘저출산 국가’의 역설이다.

비슷한 시기에 복직을 앞둔 다른 자치구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쪽은 더 가관이었다. “매일매일 도우미가 바뀔 수도 있는데 상관없냐고 하더라고요. 심하면 월화수목금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있다고….”

결국 대학생 때 과외 전단을 붙인 지 15년 만에 이번엔 ‘이모님 구인’ 전단을 들고 동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났지만 이모의 집안사정으로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같은 방법으로 두번째와 세번째 이모를 만났지만, 두번째 이모는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힘들어서’ 열흘 만에 관뒀고, 세번째 이모는 건강이 나빠져 반년 만에 헤어지게 됐다.

복직 15개월 만에 네번째 이모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다시 아이돌봄 서비스로 눈이 갔다. 놀랍게도 아이돌봄 서비스는 기존 3∼4단계 절차만으론 부족했는지 조건 하나를 더 추가해놓았다. 올해부터 ‘국민행복카드’라는 것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출산비·유아학비 등을 지원받으려 발급받은 것만도 고운맘카드, 아이사랑카드, 아이행복카드 3장이나 되는데 이런 카드와 병용이 안 되고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정부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100% 자비로 이용료를 내는 이들까지도 국민행복카드 발급이 필수였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아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불만글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아이돌봄 서비스의 높은 만족도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를 받은 일부의 평가일 뿐 대다수 맞벌이 부모에게 아이돌봄은 턱이 높고 좁은 문이다. 15개월 동안 돌고 돌아 다시 정부 서비스를 찾았지만, 그곳에 신규 이용자의 편의는 없었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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