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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장생포 새끼 돌고래 어떻게 지내나

입력 : 2017-08-18 21:09:24 수정 : 2017-08-18 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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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 4명이 수유·호흡·배변 관찰… 자칫 탈날라 ‘금지옥엽’/생후 67일된 수컷… 몸길이 140㎝ 내외/CCTV·수중카메라 설치 24시간 체크/가로 14m·세로 15m 풀장서 엄마와 지내/매일 장생포 바닷물 50t 여과 후 투입/고등어·열빙어·명태 등 하루 16㎏ 먹어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장꽃분(18)이 낳은 새끼 돌고래가 18일로 생후 67일을 맞았다. 꽃분이가 낳은 새끼의 성별은 수컷이다. 몸길이는 140㎝ 내외로 추정된다. 김슬기 사육사는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 새끼의 생존율이 높지 않아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는데, 꽃분이 새끼는 어미 젖도 잘 먹고, 호흡과 배변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족관 돌고래의 육아과정을 꽃분이의 입장에서 재구성했다.

“삑~!”

오늘도 놀라 소리치고 말았어요. 새끼가 점프를 하다 다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돼서요. 장난꾸러기 자녀를 둔 분들은 제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 밥을 먹다가도, 휴식을 취하다가도 아들 녀석을 쫓아가다 돌보는 일의 연속입니다. 요 장난꾸러기를 신경쓰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사육사님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엄마 밥 먹을 때만이라도 장난치지 마”라고 타이르지만 새끼는 못 들은 척 금세 장난을 칩니다. 

고래생태체험관 보조풀장에서 어미 돌고래 꽃분이와 새끼 돌고래가 유영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제공
이 녀석의 장난은 태어난 지 일주일되던 날부터 시작됐어요. 보통 새끼 돌고래는 수류(水流)가 형성되는 어미 옆에 바짝 붙어 유영하며 호흡법을 배우거나 젖을 먹습니다. 제 새끼는 좀 달라요. 제 옆에 있다가도 갑자기 혼자 수면 위로 점프를 하거나 저를 앞질러 갑니다. 그럴 때마다 몸으로 새끼를 막아서고, 받쳐줍니다. 제가 가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영해 가는 걸 뒤늦게 확인하고 황급히 데려온 게 몇 번인지 몰라요.

호기심은 또 얼마나 많다구요. 아직 이빨도 없으면서 사육사님들이 제 먹이를 가져오면 먼저 달려가 살피고, 저희 모습을 찍고 있는 수중카메라를 관찰하기도 해요.

육아하느라 24시간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새끼를 보면 기쁩니다. 태어날 때 110㎝ 정도였던 키가 30cm 더 자랐어요. 젖은 시간당 1~6회, 회당 4~6초 동안 먹고 있어요. 또 3분을 기준으로 평균 8∼9회 수면 위로 올라 숨을 쉬고, 배변도 하루 7번 정도로 양호합니다.

새끼의 수유와 호흡, 배변 등은 매일 ‘육아관리’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고 있어요. 4명의 사육사님들이 교대로 24시간 동안 우리를 지켜보면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3대의 폐쇄회로(CC)TV와 4대의 수중카메라도 설치해 꼼꼼히 살펴주십니다.


우리 모자는 가로 14m, 세로 15m, 수심 4m 크기의 보조풀장에서 둘이서 지내고 있답니다. 새끼 아빠인 고아롱(15) 등 다른 돌고래 3마리는 생태체험관 수족관에 있어요. 수온은 항상 섭씨 25도로 유지됩니다. 새끼 때문에 온도를 높여둔 거지요. 다른 돌고래가 지내는 수족관 수온은 21도입니다. 보조풀장에는 장생포 앞바다에서 끌어온 물을 여과기를 거쳐 넣어줘요. 매일 깨끗한 물 50t이 들어와요. 사육사님들이 하루 3번 수질점검까지 합니다. 보조풀장은 사육사님들을 제외한 다른 관계자들도 입장이 통제돼요. 새끼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우려해서랍니다. 아직 새끼의 몸무게를 모르는 것도, 키를 추정치로 아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와 사육사님들이 육아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 새끼를 낳았지만, 끝까지 지켜주질 못했어요. 첫 아이는 3일 만에, 둘째는 6일 만에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어요. 그래서 셋째가 태어난 지난 6월 13일 고래생태체험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어요. 새벽부터 사육사님들은 바쁘게 움직이셨죠. 출산 예정은 6월 말이나 늦으면 7월 초였는데 보름 정도 새끼가 빨리 나오려고 한 것도 긴장감을 더했죠. 그날 오전 7시51분 배에 힘껏 힘을 줬더니 꼬리부터 새끼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8시15분쯤에는 몸 전체가 빠져나왔죠. 출산에 24분 정도 걸렸어요. 첫 출산 때에는 1시간 40분 만에 낳았어요. 출산이 거듭되니 좀 숙련된 걸까요.

새끼는 제가 보인 숨쉬기 시범을 곧잘 따라했어요. 젖을 찾는 행동을 수차례 보이더니 젖도 잘 먹었어요. 돌고래의 젖은 생식기 바로 옆에 있는 ‘유선’이라는 곳에서 나와요. 조금 안심이 되더군요. 새끼가 태어난 지 30일 되던 날까지는 일본에서 온 수의사와 간호사님도 사육사님들과 함께 저희 모자를 보살펴줬어요. 3개월이 지나면 이유식을 시작한다고 해요.

저도 밥을 잘 먹고 있어요. 하루에 네 끼나 먹었죠. 아침 9시30분에 첫 식사를 하고 두세 시간 간격으로 오후 5시30분까지. 양은 하루에 16㎏입니다. 메뉴는 주로 고등어와 열빙어, 명태 3가지예요. 요즘에는 고등어가 맛있어서 고등어만 먹어요.

생후 2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새끼에게는 이름이 없어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출생신고는 했어요. 사육사님들이 부르는 애칭은 있어요. 아이 아빠 ‘아롱’과 제 이름 ‘꽃분’의 첫 자를 따서 ‘아꽃’이래요.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많은 분들이 이름을 고심하고 있대요.새끼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에는 백일잔치도 해준대요.

저와 새끼의 모습은 울산에 오셔도 직접 볼 수 없어요. 영상으로는 볼 수 있어요. 고래생태체험관 1층 로비에서 저희 모자의 모습이 상영되고 있답니다. 직접 만나는 건 새끼가 한 살이 된 이후에야 가능할 것 같아요.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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