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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성의 씨네 IN&OUT] ‘또 다른 주인공’ 녹색 택시, 해외 중고사이트서 찾아 7개월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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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9 12:00:00 수정 : 2017-08-19 11: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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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택시운전사’ / 광주까지 택시요금 현재 100만원 가치 / 금남로, 공터에 100% 실제 크기 재현 / 기자 선글라스는 실제 힌츠페터 유품 / 쉬는 시간 모습 그대로 ‘찰칵’ 포스터로

“서울 택시야?”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관객들의 심장을 가장 쫄깃하게 만드는 대사다. 주인공 만섭 역의 송강호도 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는다.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운 만섭은 광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숲 속 샛길로 차를 몰지만 이미 설치된 검문소를 피할 수는 없다. ‘외국인을 태운 서울 택시는 무조건 잡으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검문소 박중사(엄태구)는 만섭의 택시를 세운 뒤 트렁크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카메라와 차량 번호판을 발견했음에도 그가 말없이 만섭 일행을 보내주는 장면은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힌츠페터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검문소의 군인은 내가 기자인 걸 알면서도 보내주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광주와 전남을 지키는 향토사단은 31사단이다. 5·18 초기, 강경진압 명령을 받은 당시 정웅 31사단장은 “유혈진압을 최대한 자제”(그의 발언)했고, 결국 신군부의 눈밖에 나, ‘효율적인 진압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뒤 지휘권을 박탈당했다. 신군부는 곧장 7공수여단을 투입하고 이어 11공수와 3공수, 그리고 20사단 병력으로 ‘참혹한’ 진압에 나선다.  

영화 속에서 만섭 일행을 보내준 검문소 박중사의 어깨에 붙은 마크는 31사단 마크의 변형이다.

영화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 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월세를 낼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준다는 말에 외국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만섭의 밀린 사글세는 10만원. 밥숟가락도 곧바로 놓게 만든 10만원은 현재 100만원의 가치를 지닌 금액이다. 당시 버스 요금은 140원, 지하철 요금 200원, 자장면 한그릇이 700원이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만섭의 녹색 택시, 브리사다. 국내에서는 이미 단종된 탓에, 동남아시아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져 찾아냈다. 해체와 재조립 등 무려 7개월의 개조 작업 끝에 ‘녹색 브리사’로 재생했다. 올해 나이 45세의 1973년식 브리사. 만섭의 일터이자 생활 공간, 그리고 힌츠페터와 만섭의 메인 공간이기도 한 택시는 영화의 시각적 인상을 결정하는 동시에, 관객들이 택시의 여정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어떤 차종과 색을 선택할 것인지’가 주요 미션이었다. 모나지 않고 둥그스름한 외형의 ‘브리사’가 만섭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의 차는 만섭의 택시와 구별하기 위해 42세의 1976년 식 ‘포니’로 낙점됐다.

첫 장면부터 터져나오는 만섭의 테마곡,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단번에 객석을 그 시절로 옮겨놓는 힘을 발휘한다. 제작진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영화의 본질과, 고생스러운 일상 속에서도 밝고 생활력 강한 만섭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줄 수 있는 당대의 히트곡으로 일찌감치 ‘단발머리’를 점찍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펼쳐지는 금남로 신은 오픈 세트를 지어 촬영하기로 결정, 광주의 한 공터에 100% 실제 크기로 80년 5월의 금남로를 재현했다. 아울러 장성의 폐고속도로와 숲 속 샛길을 비롯해 광주, 마산, 순천, 합천, 대전, 김천, 양양, 보령, 의성 등 전국 곳곳에서 찾아낸, ‘당시 느낌이 남아 있는’ 길을 모자이크해 그 시절 도로를 되살려냈다.

힌츠페터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배우 크레취만.
토마스 크레취만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유품이다.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이 장훈 감독에게 보내 준 것이다.

사실 1980년 광주엔 힌츠페터 외에도 여러 외신 기자가 있었다. 녹음을 담당한 헤닝 루모어 기자가 그와 동행했고, 이밖에도 AP 통신, 뉴욕 타임스 등의 기자들이 광주의 참상을 취재했다.

‘택시운전사’의 포스터는 따로 촬영한 게 아니다. 쉬는 시간에 어딘가를 보고 있던 송강호. 그의 미소를 현장 스틸 작가가 담아냈고, 그 자연스러운 표정이 포스터에 고스란히 실린 것이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 제작진을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무더위였다. 땡볕 아래 좁은 택시 안은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송강호는 20여벌의 유니폼을 번갈아 입었다. 토마스 크레취만도 똑같은 의상을 여러 벌 갈아입고 찍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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