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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달걀 잔류농약 검사, 농장주 양심에 의존하는 대한민국

입력 : 2017-08-19 05:00:00 수정 : 2017-08-18 0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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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전국의 산란계 사육 농가 1456곳에 대해 살충제 사용 여부를 전수 조사하기도 했는데요. 파문이 확산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하고, 전수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엔 달걀에 대한 잔류농약 기준이 없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 '피프로닐'의 경우 닭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달걀에는 별도의 기준이 없는 실정입니다.
소나 돼지, 닭 등 육류는 도축한 뒤 고기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잔류 항생제 등 약물 조사를 실시하지만, 달걀은 농장에서 바로 완제품으로 포장해 시중에 유통하는 구조여서 이렇다 할 사전검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농장주 개개인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통 전 단계에서 달걀 내 잔류농약 검사를 어떤 형식으로든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산란계 농장주들은 양계장에 농약을 사용하지 말 것과 허용한 약도 닭과 달걀에 직접 뿌리지 말라는 말만 당국으로부터 들었을 뿐 구체적 금지성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의 전문적 지침이나 교육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달걀의 생산 및 유통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개선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17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의 한 산란농가 사육사에 산란계들이 모여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살충제 달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사용이 금지됐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를 남용한 산란계 농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소비자들이 믿고 사먹던 친환경 인증제품도 부실하게 검증한 제품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사 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개에 대한 검사를 마친 결과 29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부적합 29개 농가 가운데 7개 농가가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피프로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펜트린 등 사용은 허용됐지만 기준치를 초과해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는 22개로 조사됐다.

특히 어떠한 농약도 검출돼서는 안 되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까지 받았는데도 농약 성분이 검출된 농가가 60곳에 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대형마트 등에 달걀을 납품하는 대규모 농가는 비교적 관리가 철저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소규모 농가들은 상대적으로 관리나 감독이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전날까지 살충제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던 경북이나 경남 지역의 농가에서까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져 '살충제 달걀' 파문이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했다고 볼 수 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소재지는 울산, 경기, 대전, 충남, 경북, 경남, 경기, 강원, 광주 등 사실상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가 추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산란계 농가가 위치한 지역 중 이번 명단에 포함하지 않은 지역의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받았는데도 농약 성분 검출

현재 전국에 있는 1456곳의 산란계 농가 가운데 53%에 달하는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은 셈이다.

이번에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농가 중 상당수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인 것으로 확인, 부실한 친환경 인증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친환경 인증을 정부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정부의 위탁을 받은 64개 민간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관련 기관은 민간업체들이 인증 업무를 제대로 처리했는지 사후 관리만 한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상품에 친환경 마트가 붙으면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가격을 2배 가량 비싸게 받을 수 있어 농가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부실인증 논란 확산…친환경 인증 권한 다시 정부가 넘겨 받아야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7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의 한 산란계 농가 달걀에 압류 스티커가 붙어 있다.
2013년에는 민간 인증 대행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이른바 '셀프(self) 인증'을 하는 등 대규모 부실인증 사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에 위탁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친환경 인증 권한을 정부가 다시 넘겨받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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