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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충제 달걀’ 파동의 주범은 무능·부실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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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7 23:43:23 수정 : 2017-08-17 23: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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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사태를 키운 책임의 9할이 정부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어제까지 산란계 농장 1239곳 중 876곳에 대한 전수검사를 한 결과 총 67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중 63곳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믿었던 친환경 인증 농가라고 한다. 지역도 경기와 충남, 경남·북, 전남, 광주, 강원 등으로 거의 전국에 걸쳐 있다. 가축용 살충제인 피프로닐, 비펜트린 성분뿐만 아니라 달걀에서 절대 검출돼서는 안 되는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까지 나왔다. 과수와 채소류의 진드기와 곤충을 퇴치하는 데 쓰이는 농약 성분이다.

친환경 농장은 살충제를 쓰지 않는 등 기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마크를 붙인 달걀을 일반 달걀보다 배 가량 비싸게 구입하는 이유다. 친환경 농장은 정부로부터 매년 2000만∼3000만원의 직불금을 받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농가들은 살충제 사용기준이나 친환경 의식에 거의 무개념이었다고 한다. 농가들의 안이한 식품안전 의식은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치한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 정부가 64개 민간업체에 친환경 인증 업무를 맡겨 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가 올해 시범적으로 국비를 들여 농가에 살충제를 보급하면서 친환경 농장까지 포함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실이라면 ‘무개념 행정’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제 끝난 정부의 전수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농장주는 방송과 인터뷰에서 조사 담당자가 농장을 방문해 샘플을 검사한 게 아니라 농장주들에게 달걀을 특정 장소에 모아놓게 하고 이를 가져가 검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정부 불신만 키울 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그제 국무회의에서 “(살충제 달걀 파문은) AI(조류인플루엔자)보다 훨씬 더 쉽게 통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달걀 유통을 막고 폐기 처분하는 단편적인 사안만 봐서는 안 된다. 친환경 농정을 비롯한 정부의 구멍 뚫린 식품안전 행정을 수술하지 않으면 살충제 달걀 파동은 언제든 재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키운 책임을 통감하고 식품안전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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