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관계자들이 16일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전날 경기 남양주·광주에 이어 이날 강원 철원·경기 양주·충남 천안·전남 나주에서도 피프로닐과 기준치 이상의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
지난 14일 경기도 산란계 농장 2곳에서 ‘살충제 달걀’이 발견된 뒤 정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살충제 달걀을 생산한 농가 5곳이 추가로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강원 철원의 ‘지현농장’에서는 국제 기준인 코덱스 기준(0.02㎎/㎏)의 2.8배의 피프로닐(0.056㎎/㎏)이 검출됐다. 경기 양주의 ‘신선2농장’에서는 기준치(0.01㎎/㎏)의 7배에 이르는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유통중인 달걀 제품 ‘신선대란홈플러스’(천안 시온농장)와 ‘부자특란’(나주 정화농장)에서도 비펜트린이 기준치의 각각 2배, 21배씩 검출됐다.
이날까지는 주로 대규모 사육 농가를 위주로 검사가 진행된 것이어서 앞으로 소규모 농가로 검사가 진행되면 추가 발견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현재까지 검사가 25% 정도 완료된 만큼 앞으로 추가로 부적합 계란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관리·감독은 허술하다. 특히 이달 초부터 유럽 등지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이 커졌지만 정부는 최근 “국내에는 살충제 달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살충제 달걀이 나왔다. 당국은 일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를 대상으로만 검사하다 살충제 달걀이 발견되자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전수조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장주에게 미리 연락해 “검사용 달걀을 준비해놓으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별로 16∼18개의 달걀 샘플을 무작위로 채취해 검사한다”고 반박했다.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어 전국의 주요 대형마트에서 달걀란판매를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한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안내데스크에 반품된 달걀이 쌓여 있다. 이제원기자 |
무분별한 친환경 인증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장 7곳 중 6곳은 무항생제인증 등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이었다. 무항생제 인증의 경우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호르몬제를 사용하거나 구충제를 비롯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한 가축의 약품 휴약기간이 2배가 지나면 받을 수 있다. 대신 농약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는 무항생제인증의 경우 765농가, 유기축산인증 15곳 등 780곳이다.
세종=이정우 기자, 전국종합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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