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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약값은 약장수 맘대로?… 약국마다 최대 2배 ‘들쑥날쑥’

입력 : 2017-08-16 19:52:21 수정 : 2017-08-17 09: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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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 대상/가격 담합 막으려 1999년 첫 도입/도매상 2014개… 유통 구조 복잡/결국 소비자에 마진 전가 부작용/저렴한 곳 찾아 무더기 구매 잦아/오남용 우려 속 보건당국은 뒷짐만
두피 피부염을 앓고 있던 회사원 김모(30)씨는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집 근처의 약국에서 비듬에 효과적인 ‘니조랄’을 구입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평소 여의도에서 한 통당 1만5000원에 구입했는데 집 근처에선 1만원이었던 것. 그동안 바가지를 썼다는 마음에 김씨는 여의도의 약국을 찾아 따졌지만 약사는 “약값은 약국마다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며 뭐가 문제냐는 듯 대꾸했다.

김씨는 “약국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심한 것 아니냐”며 “약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를 상대로 등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무줄 약값’에 골탕을 먹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약품 가격 담합을 막겠다며 약국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매기도록 한 것이 엉뚱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소비자 부담 증가, 의약품 오남용 등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관련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소비량이 많은 약품의 약국별 가격차는 니조랄뿐만 아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은 진통제 ‘게보린’을 4000원에 팔지만 불과 100m 떨어진 다른 약국에선 2500원에 판매했다. 상처에 주로 사용하는 약품인 ‘후시딘’ 연고도 1통에 약국마다 3000∼5500원 사이로 제각각이었다.

약값 차이는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의약품 판매자가격표시제’를 1999년 실시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일종의 ‘오픈프라이스(Open Price)’를 도입해 가격 담합을 막으려 한 의도였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나면서 약품 가격은 큰 폭의 차이가 생겼다.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많이 소비되는 의약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가격 편차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품목의 경우 2013년 2.35배, 2014∼2015년 3.5배, 2016년 2배로 나타났다.

특히 의약품 도매상이 총 2014개(2014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복잡한 의약품 유통 구조에서 발생하는 마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국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은 약 2조6000억원으로, 마진율은 15.7%에 달했다. 유통마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약국별 가격차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약국을 찾아 무더기로 약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의 손모(28·여)씨는 석 달에 한 번 종로에 위치한 약국을 찾아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진통제, 땀 억제제, 비타민제 등을 한꺼번에 구매한다. 서초구의 박모(33)씨도 연고나 두통약 등을 저렴하게 파는 약국을 찾아 사재기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판매자가격표시제를 두고 갑론을박만 벌이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약품 가격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는 경쟁이 제한돼 담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복지부가 2001년부터 조사해 오던 ‘다소비의약품 가격조사’를 올해부터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어 소비자의 의약품 가격정보 불통은 더 심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소비의약품 가격조사가) 약국 간 불필요한 갈등만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조사를 소비자단체에 이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며 “의약품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표시하는 상황이라 가격이 차이나는 것에 대해 규제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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