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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자
원은희
톡, 쳤을 뿐인데/ 나는 뜨거워지고/ 금세 차가워지고/
너의 손아귀에서 소란스러웠던 시간들

아직도 귓속에서 반짝거리는 소리들/ 빙글빙글 돌다 멈춰버린 그림자들이/
나를 덮을 때/ 너의 아침은 조금 깔깔하겠지만//
불려진 노래들은 어디에 고여있나/ 함께 흔들렸어도 서로의 무늬는 다르지/
누군가에겐 먼지로 흩어지고/ 누군가에겐 끈적이는 그을음으로 묻어나지//
모서리를 잡고 버티던 내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차르르 밀려 나오는 소리가/
빈 방을 쥐고 흔들 때//
왕관 같고/ 기억을 찌르는 가시면류관 같고/ 변죽만 울리는 피에로 같은//

나를 움켜쥐고 너는 정말 흥겨운 듯이

탬버린을 처음 쥐었던 손과 끝까지 쥐고 흔들던 손이 다르듯이 너와 나의 시간은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끈적이기도 했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내가 마치 왕관을 쓴 여왕 같고 귓속에 속삭이는 소리들까지 나를 위해 반짝거렸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하나의 선택에 불과하다. 나를 움켜쥐었던 네가 ‘모서리를 잡고 버티던’ 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너와 내가 부르지 못한 노래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다 멈춰버린’ 시간들. 우린 ‘함께 흔들렸어도’ ‘서로의 무늬’가 다르다. ‘누군가에겐 먼지로 흩어지고 누군가엔 끈적이는 그을음으로 묻어’난다.

찬란한 ‘왕관 같고’ 아픈 ‘기억을 찌르는 가시면류관 같고’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피에로’ 같은 너, 탬버린,

‘너의 손아귀에서 소란스러웠던 시간들’이 그립다. 탬버린에 고여 있는 우리들의 노래를 생각하며, 너를 움켜쥐고 나는 정말 흥겨운 듯이 탬버린을 톡,

차르르 차르르 차르르 차르르 차르르!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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