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한반도 위기 국면에 대응하고 베를린 구상을 이어가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중국 정상의 행보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가 알려진 지 3시간 만에 “양 정상의 적극적인 노력을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중이 정상 차원의 외교채널을 가동하면서 큰 틀의 기류가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반도 위기 상황은 ‘북핵 1차위기’인 1994년 당시에도 미국과 북한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다 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텄던 전례가 있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까지 실행하려던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며 탈출구를 만들어냈고 이후 10월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벼랑 끝에 왔다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북·미가) 대화를 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에도 세 번의 극단적 위기가 있었지만, 대화와 협상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수개월째 ‘뉴욕채널’을 비밀리에 가동한 점도 이런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긴장감 도는 철책선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8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13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 주변 야산에서 국군 초소와 철책 넘어 북한군 초소가 긴장감 속에 대치하고 있다. 파주=남정탁 기자 |
일부 전문가들은 낙관론을 펴고 있다. “무더위 끝에 소나기가 있다” 식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정점에 달한 뒤 본격적인 대화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대표적 낙관론자다. 그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말이 있다”며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벼랑 끝 전술과 압박을 펼쳐 결국 미국이 방향을 트는 선례들이 몇 개 있다”며 “(양국이) 말폭탄을 쏟아내다가 막판에 가서는 협상으로 넘어갈 것이다. 대화가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낙관·비관론이 교차하는 상황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정부로서는 양쪽 상황 모두에 다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극적인 상황 반전을 예측·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속에서도 남북화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위기는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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