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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재 육성’ 맞춤형 교육 성공하려면 과목 선택권 보장·연계교육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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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4 03:00:00 수정 : 2017-08-13 20: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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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배우는 곳’이다. 이렇게 학생을 주어의 위치로 옮기면 제각기 다른 환경, 능력, 진로에 호응하는 것이 교육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밀(J S Mill)이 개별성을 “인간의 최고 경지”라 했듯이, 학생의 개별화는 사회규범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그를 독립된 인격체로 키워주는 소중한 동력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마다 다르게 지닌 특성과 자질을 그들이 미래의 삶을 찾아가는 고유한 출발점으로 여기며 존중해줘야 한다.

학생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미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부터 교과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사고와 원리의 디자이너가 되려는 당찬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래 인재는 지식을 스스로 분류, 재구성, 전달하는 역량과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신만의 생각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가야 한다. 오늘날 가르침보다는 배움이 한층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오현 서울대 사범대 교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은 이러한 미래 트렌드에 대한 자연스런 응답이다. 그러나 교육과정만 개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리 교육에 깊이 뿌리내린 서열적 사고, 즉 타인과의 촘촘한 비교에 의존하는 경쟁 방식을 완화하지 않으면 맞춤형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맞춤형 교육은 학생들이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내부에 자리 잡은 근성과 열정 속에서 자신에 맞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제도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이다. 새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에 따른 집단적 과정 선택을 폐지하고 개별 학생들이 진로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이수할 기회를 넓혀주려 한다. 학생들의 맞춤형 과목 선택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의지와 전략이 단위 학교에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고교-대학 연계교육의 정착이다. 공교육 기반의 협력적 인재 양성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대학이 미래 인재를 함께 키운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교육 목표와 내용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대학이 앞장서 고교 교육과정에 호응하도록 교양과목이나 전공별 교과과정 운영을 개선하고 교원 양성 체제를 고교-대학 연계교육 관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도 경쟁 방식에서 검정 방식으로 차츰 바뀌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순위에 따른 합불 결정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맞춤형 교육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입전형이 줄세우기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에서 특정 분야를 공부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검정 방식으로 기조를 바꾸는 것이 맞다.

요약컨대, 학교는 학생들이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기를 계발해 갈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올바른 성장이 일어나도록 자극하며,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다. 비록 학교가 맞춤형 교육 제도를 애써 마련하더라도 사회가 사람들을 서열적으로 평가하는 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사회적 문제를 교육에 전가하여 제도만 바꾸기보다는 줄세우기 방식의 사고에 물든 사회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가는 것이 교육 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보인다.

권오현 서울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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