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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아이 침대에서 독사가 발견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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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0 21:26:01 수정 : 2017-08-10 2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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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극한대립 북한 입지 키울 듯
현실감 없이 대응하면 끌려다닐 것
불안정한 정세 헤쳐나가려면
극렬지지자 설득하는 리더십 절실
아이의 침대에서 독사가 발견됐다. 미국과 북한, 한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은 “독사굴을 선제타격하겠다”며 트윗을 하고, 북한은 “독사를 보낸 미국에 천배만배로 갚겠다”고 각을 세울 것이다. 한국은 동물권을 위한다며 동물애호단체에 전화를 걸지도 모르겠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북핵 게임을 둘러싼 각각의 대응 방식은 이처럼 초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 있다.

미·북이 한반도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어퍼컷을 날리자 북한은 탄도미사일로 괌에 포위포격하겠다고 카운터펀치를 던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정권의 종말과 국민 파멸을 이끌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 수위를 높이자 북 전략군은 미사일 4발을 일본 영공 위로 날려 괌 주변 해상수역 30∼40㎞ 지점에 쏠 것이라며 미국의 화를 더 돋웠다. 설전은 살벌하지만 마치 동네에서 노는 건달들 장난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국민도 천하태평이다. 문재인정부 안에서도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대북 대화론을 이끄는 정세현 전 장관은 라디오에 나와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은 사업가적 흥정일 뿐”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을 겁주기 위해 세게 발언하는 것이니 이런 때일수록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은 뻥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적이 있다. 북한을 잘 설득하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순한 양처럼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긴 발언이다. 정부의 기대는 착각이 됐다.

정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과 미치광이 전략은 성공하기 일보 직전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두 차례 시험발사 성공 이후 북한의 운동장은 확 넓어졌다. 게임의 주도권도 북한으로 넘어가는 상황 전개다. 북한의 손짓 발짓에 미국이 일일이 반응하니 더할 나위 없다. 문재인정부의 대화에 매달리는 달빛정책도 북한에 유리한 요소다. 북한이 겁없이 미국과 맞짱을 뜨는 것은 전쟁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배경엔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기습적으로 때리고 싶어도 문재인정부가 결연히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미국도 6·25전쟁 때의 동맹국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며 한국을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제국주의적 안보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미 전략사령부의 비밀 문건은 이렇다. “국익이 손상당할 경우 비이성적인 행동도 감행하는 것이 미국 국가인격의 일부가 돼야 한다.” 미국은 이 교본에 따라 북한을 선제타격하거나 예방전쟁을 벌일 수도, 아니면 미국민의 안전을 위해 타협하는 것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쿠바, 베트남, 이라크에서 벌인 수많은 공작과 군사작전을 보면 답이 나온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불안정한 형태를 띨 것이다. 트럼프는 충동성향이 강하고 김정은은 혈기방장한 나이다. 미국과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켜 군사 타격전을 벌이든 한국을 배제한 채 협상을 벌이든 다 현실의 범주에 있다. 한반도 기류가 더욱 불투명해지더라도 대응태세는 흔들림 없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협상국면 반전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 자위 차원의 독자적 핵무장 등 심각한 주제에 대한 대응시나리오가 준비돼야 한다.

북한과 게임에서 진 것은 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처 자세다. 코리아패싱을 막으려면 한·미동맹의 틈을 막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것은 사드의 조속한 배치로 나타나야 한다. 사태 진전에 따라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전술핵 재배치 등도 응징카드로 비축해 둬야 한다. 일편단심의 대화주의와 일방적 도와주기가 작금의 국가안보전략으론 부적절하다. 나라의 불행을 막으려면 반미와 반사드를 외치는 지지자들부터 설득하는 위기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방부는 어제 성주 사드포대 전자파 측정 일정을 사드 반대파의 시위에 밀려 보류했다. 문재인정부에 안보 현실감이 너무 부족하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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