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번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주일 전보다 0.03%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말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1주일 전인 7월 마지막 주(31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33%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세금·청약·대출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담은 8·2대책에서 서울 25개구 모두가 투기과열지구(또는 투기지역)로 지정됐다. 또 이에 따라 최근 투자수요 유입으로 상승폭이 가팔랐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증가하고, 매수 문의가 실종되는 등 시장이 급속히 냉각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강북권(-0.01%)보다 8·2대책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은 재건축단지가 많은 강남권(-0.06%)에서 두드러졌다. 서초구가 -0.22%로 낙폭이 가장 컸으며, 강동구가 -0.20%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02%, -0.05%를 기록했다.
서초구는 최근 실거래가 자료에서도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 8일 전용면적 140㎡가 3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대책이 발표된 2일 같은 평형이 35억5000만원에 팔렸던 데 비하면 일주일여 만에 3억3000만원이 빠진 가격이다. 이 단지는 지난 9일 서울시에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했고, 8·2대책의 예외 조건에 따라 신청 전날인 8일까지만 조합원지위 양도가 가능해 막판 급매물이 처분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는 6∼8일에 다른 평형 아파트 다수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대까지 저렴한 가격에 매매됐다.
강북 지역에서는 최근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성동구, 노원구가 하락 전환했고, 마포구, 용산구는 상승폭이 대폭 축소됐다. 지난주 평균 0.27% 올랐던 세종시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0.00%로 나타나 상승 랠리를 멈췄다. 전국 아파트값 역시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0.10%→0.01%)됐다. 한국감정원은 “8·2대책이 예상보다 고강도의 규제 내용을 포함하면서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나기천·김승환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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