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풀을 만나다’에는 시인이 숨결을 불어넣은 골풀, 꼭두서니, 원추리꽃, 쇠치기풀, 기름새, 물방동사니, 개연꽃, 바늘엉겅퀴, 맨드라미, 개별꽃 같은 작은 풀꽃들이 새로 피어났다. ‘꼭두서니’는 “햇빛이 내려와/ 스며든 땅속에서// 굽고 끓이면서/ 푸지게 익히더니” 일궈낸 ‘하느님의 몸빛’이고, ‘나도바람꽃’은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이다. ‘제비쑥’은 “제비는/ 날아가고/ 쑥잎만/ 남았으니// 비어있는 이름자리” 휑한 아픔이고 “그 아픔/ 오롯이 솔아/ 청옥으로” 굳은 푸르디푸른 그리움이다.
2부 ‘사금파리’에서는 추억과 성찰이 단아하게 밟힌다. “아프다/ 모서리가/ 아직도 쨍그랑 소리…// 깨어져/ 떨어져 나간/ 저쪽 편 몇 조각// 안부가 더 궁금하다/ 서리 같은/ 그리움”(‘사금파리’) 떨어져나간 칼날 같은 사금파리 모서리에서 서리 같은 그리움을 느끼는 시인은 ‘사는 것은 앓는 것’이라고도 썼다. “사는 게 아니라/ 심히 앓는 거라는데// 맞서다가 아픈 일 때리다가 아픈 일// 모른 척 가만히 있어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삶앓이’)
문효치 시인은 “우리말에 잘 맞는 시조의 리듬은 조금 가다 산이 있고 또 가다 평지가 있는 우리 지형 환경과도 흡사하고 기쁨과 아픔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구불구불 넘어가는 우리네 삶의 양태와도 유사하다”면서 “새삼 시조의 가락을 만들어낸 우리 조상들께 감사드린다”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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