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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끼리 부딪쳐도 빛은 생긴다

입력 : 2017-08-10 21:09:23 수정 : 2017-08-10 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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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시인 첫 시조집 ‘나도바람꽃’
등단 50년을 넘기면서 시집만 13권을 펴낸 문효치(한국문인협회 이사장·74·사진) 시인이 첫 시조집 ‘나도바람꽃’(출판도시활판공방 시월)을 펴냈다. ‘독자들을 잃어가고 있는 자유시의 혼란상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조’에 주목하여 적잖은 시인들이 직접 창작에 뛰어드는 시류에 동참하는 맥락이다. 3부에 나눠 42편을 싣고 있거니와 전주 한지에 활판으로 인쇄하고 붉은 비단 표지를 입혀 실로 제책했다.

1부 ‘풀을 만나다’에는 시인이 숨결을 불어넣은 골풀, 꼭두서니, 원추리꽃, 쇠치기풀, 기름새, 물방동사니, 개연꽃, 바늘엉겅퀴, 맨드라미, 개별꽃 같은 작은 풀꽃들이 새로 피어났다. ‘꼭두서니’는 “햇빛이 내려와/ 스며든 땅속에서// 굽고 끓이면서/ 푸지게 익히더니” 일궈낸 ‘하느님의 몸빛’이고, ‘나도바람꽃’은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이다. ‘제비쑥’은 “제비는/ 날아가고/ 쑥잎만/ 남았으니// 비어있는 이름자리” 휑한 아픔이고 “그 아픔/ 오롯이 솔아/ 청옥으로” 굳은 푸르디푸른 그리움이다.

2부 ‘사금파리’에서는 추억과 성찰이 단아하게 밟힌다. “아프다/ 모서리가/ 아직도 쨍그랑 소리…// 깨어져/ 떨어져 나간/ 저쪽 편 몇 조각// 안부가 더 궁금하다/ 서리 같은/ 그리움”(‘사금파리’) 떨어져나간 칼날 같은 사금파리 모서리에서 서리 같은 그리움을 느끼는 시인은 ‘사는 것은 앓는 것’이라고도 썼다. “사는 게 아니라/ 심히 앓는 거라는데// 맞서다가 아픈 일 때리다가 아픈 일// 모른 척 가만히 있어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삶앓이’)
어둠끼리 부딪쳐도 빛이 생긴다는 성찰은 흥미롭다. “구름이 부딪치면/ 번개가 반짝이고// 별빛은/ 어둠끼리/ 부딪쳐서/ 나온 섬광// 사랑아/ 멀리 가지 마라/ 부딪쳐야/ 빛난다”(‘멀리 가지 마라’) 사랑도 가까이 있어야 반짝이고 빛난다는 새삼스러운 정언을 비상하게 빛내는 구절이다.

문효치 시인은 “우리말에 잘 맞는 시조의 리듬은 조금 가다 산이 있고 또 가다 평지가 있는 우리 지형 환경과도 흡사하고 기쁨과 아픔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구불구불 넘어가는 우리네 삶의 양태와도 유사하다”면서 “새삼 시조의 가락을 만들어낸 우리 조상들께 감사드린다”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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