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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만들 내일](1) 로펌에 변화를 불어 넣을 AI 변호사 ‘ROSS’

입력 : 2017-08-10 14:00:00 수정 : 2017-08-10 13: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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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 해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의 영역 AI(AI)은 이제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등장하고 있는 AI 서비스를 보면 실감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 중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기반으로 한 AI 변호사 ‘로스’(ROSS)를 소개합니다.

지난해 5월 1000여명의 변호사가 근무하는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Baker&Hostetler)에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변호사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의 AI 변호사 로스입니다. 로스는 이곳에 고용되고 맨 처음 파산 관련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240년간 수집된 판례와 법 조항을 몇초 만에 검토를 끝내는 로스는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무엇보다 자연어 이해력이 뛰어납니다. 인간의 자연어 질의를 이해하고 답하며, 24시간 내내 수임 건과 관련된 모든 법률 시스템의 전개과정을 모니터링합니다. 법률 자문을 위해 240년간 수집된 판례와 유관 법 조항들을 단 몇초 만에 검토할 수 있고, 1분 내 습득한 책 100만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담을 해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사용자의 피드백을 학습하는 등 많은 인풋을 받으며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 12개 이상의 법무법인에서 로스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로스(ROSS)는 2007년 9월 캐나다 토론토대 학생들의 과제 수행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지모 오비애글은 수천페이지의 법률 문서를 왓슨의 ‘Q&A’ 오픈 플랫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에 연계했습니다. 그리고 분류학 체계와 온톨로지(언어로 표현된 개념 간 연관 관계 지식이 드러나는 망)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하도록 훈련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법률 지원 AI 변호사 로스(ROSS)의 시초입니다.

왓슨의 NLC(Natural Language Classification·자연어 분류), Conversation(대화), STT(Speech To Text·음성 인식 엔진), TTS(Text To Speech·문자 음성 자동변환) API와 Voice Recognition(음성 인식), 머신 러닝(기계 학습)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로스는 자연어 기반으로, 재판을 준비하는 법조인의 시간과 노력을 현격히 줄여줍니다.

개발자인 지모는 법률은 물론이고 신경과학과 컴퓨터 교육 배경을 가진 변호사 앤드류 아루다(Andrew Arruda)에게 러브콜을 보내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를 창업하고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앤드류는 이민 1세대 변호사입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변호사 평균 인건비는 시간당 361달러(한화 약 40만원). 이렇게 고액으로 책정된 시간의 20%가량은 법률 관련 검색으로 흘러갑니다. 로펌 전체로 보면 해마다 96억달러(한화 약 10조원) 상당의 비용을 해당 사건에 관련된 법률 검색에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뢰인은 변호사가 사건을 정식 수임한 뒤 전략을 세우기도 전에 정보 검색 업무로 9000달러(99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죠.

유타를 비롯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퇴거 관련 사건의 피고인 97%가 변호사 없이 법원에 출석한다고 합니다. 비싼 변호사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탓입니다. 민사 소송 재판 역시 1억명의 국민 중 8000만명이 변호사 없이 출석하는 현실을 보며 앤드류는 사회적 약자를 돕고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변호사를 그만두고 로스 인텔리전스를 설립합니다. 앤드류는 로스가 변호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점점 똑똑해지는 훌륭한 비서가 될 것이라 말합니다. 동시에 의뢰인들에게는 높은 변호사 인건비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되기에 모두 ‘윈윈‘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블루힐(Blue Hill)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로스를 도입함으로써 로펌은 연간 평균 165.8시간을 절약하고, 22.3%의 법률 검색 시간을 줄임으로써 연간 수익이 53000 달러(6000만원) 정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과제 수행에서 시작된 로스는 파산법 외에도 다른 분야로 업무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법조계에서는 법률 검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앞으로 AI 변호사 로스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정의와 평등을 누리며 살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백승윤 SK(주) C&C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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