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형시로 풀어낸 아비뇽 다리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8-10 06:00:00 수정 : 2017-08-09 23:32: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윤 시인 첫 시조집 출간 / 시조로 다양한 삶의 양식 노래 ‘취기 오른 이방인들 흥청대는 길가에서/잘려나간 고흐의 귀 어디서 헤매는지/섬뜩한 뭉크의 절규 소름이 다시 돋고/....아비뇽 끊긴 다리에서 서성이는 나를 본다’
김윤 시인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 아비뇽 다리. 사진 한장 찍으면 그만이다. 그런 해외 관광지에서 시인은 이렇게 정형시를 쓴다. 정형시조로 그려낸 시조 한편의 즐거움이 매우 크단다. 시조로 풀어낸 아비뇽의 다리라니 매우 독특하다. 아비뇽의 다리에서 느끼는 다양한 시적 영감을 간결하게 함축적으로 표현한 시인의 웅숭깊은 작품은 읽는 이에게 여행길 한 모퉁이에 서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만든다. 뿐만아니다. 모네의 화실, 스페인 광장, 알함브라 궁전, 아무르 강, 타지마할, 마리 앙투아네트, 인터라켄, 갠지스강, 리옹으로 가는 기차를 시조로 쓴다. 매우 독특한 시인이다. 

김윤(69) 시인이 첫 시조집 ‘아비뇽의 다리’(동학사)를 출간했다. 그의 시는 여행이자 삶이다. 그동안 많은 여행지에서 느낀 삶의 다양한 풍경과 내면에서 느낄 수 있던 일상적 삶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현대에 있어서 도시는 서식처이거나 여행지이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다. 호모 노마드라는 쟈크 아탈리의 말처럼 세계인은 갈수록 유목민이 되어 세계를 끊임없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늦더위 꽃잎을 문 쭉정이 별처럼 / 목이 빠지도록 개망초 할할 타고 / 곱다시 늙은 호숫가 별들이 쏟아진다’. ‘개망초의 저녁’에서 시인은 도시의 유목민이 겪어야 하는 서정적 인식의 깊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김윤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이지만 평산 신씨 종가로 시집을 가 형법학자인 대쪽 같은 시아버지를 모시며 글쓴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뒤늦게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길게 끌고 온 그림자/야윈 손이 시리다/내 안의 퍼즐이/아직 맞춰지질 않아/아비뇽 끊긴 다리 위에서 목 놓아 울었다’는 책머리 시인의 말은 작가를 꿈꿨지만 이를 포기하고 종갓집 며느리로 살아야 했던 아픔이 느껴진다. 뒤늦게 정형시를 쓰느라 겪어야 했던 어려움 이 말에 다 담겼다. 시인의 본명은 김윤희로 2009년 시조시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