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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황룡사. 진흥왕 14년, 553년 2월 짓기 시작했다. 삼국사기 기록, “월성 동쪽에 새 궁을 지었는데, 그곳에 황룡(黃龍)이 나타나므로 왕이 이상히 여겨 불사로 바꿔 이름을 황룡(皇龍)이라 했다.” 황색은 임금의 색깔이니 황(黃)을 황(皇)으로 바꿔 절 이름으로 삼았다. 이로부터 92년 뒤 선덕여왕 14년, 자장대사의 뜻을 좇아 탑을 세웠다. 주변 9족을 억눌러 나라 안녕을 비는 탑, 황룡사 9층탑이다.

중국에도 황룡사가 있다. 한자는 황룡(黃龍)이다. 쓰촨성 황룽풍경명승구에 있다. 해발 4000m를 웃도는 고산. 노란 산호 연못이 이어진다. 오채지(五彩池). 그 앞에 서면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생시인지, 그림 속인지 종잡기가 힘들다. 선경이 그런 곳일까. 그곳에 황룡사가 있다. 불교 사찰이 아닌 도교의 도관(道觀)이다. 왜 지었을까. 그곳에 머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삿된 욕심이 앞선 건 아닐까.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는 그곳에서 멀지 않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파란 호수들. 비경이다. 그 호수가 지진에 무너진 산이 만든 언색호(堰塞湖)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티베트가 시작되는 쓰촨성. 그곳 주인은 원래 장족(藏族)이다. 그들은 시짱(西藏)자치구만을 티베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쓰촨·칭하이성이 모두 티베트라고 한다. 중국 땅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티베트 독립 ‘독’ 자만 나와도 발끈한다.

그곳 땅은 흔들린다. 지난 100년 사이 쓰촨성에서 일어난 규모 5.0 이상 지진만 163차례에 달한다. 지진은 주자이거우를 또 덮쳤다. 수십명이 숨졌다.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 소개작전도 벌어졌다. 2008년 5월 8만6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촨 대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10여년 전의 일이다. 황룡 고산의 희박한 산소 탓에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부모를 대신해 앳된 관광가이드는 어린 두 아이를 알뜰히 보살폈다. 투박한 쓰촨풍 발음은 ‘이모 말투’ 같았다. 쓰촨에 지진이 터지면 덜컥 이는 걱정, “그 사람은 괜찮을까.” 마음을 사로잡는 정성. 돌아가는 답은 “피해가 없게 해 달라”는 기도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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