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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엔 해독제 없어… 인간의 영원한 숙제”

입력 : 2017-08-08 21:20:46 수정 : 2017-08-08 21: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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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펴낸 소설가 김홍신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 책상 앞에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고 써붙여 놓았습니다. 사람을 미워해보니 제가 못 견디겠더군요. 미워하던 사람을 위해 기도하니까 처음에는 속이 뒤집어지다가 차츰 내가 평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자 해독제가 없는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김홍신 작가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해냄 제공

소설가 김홍신(70)씨가 신작 장편 ‘바람으로 그린 그림’(해냄)을 펴내고 8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이자 국회의원(15·16대)으로도 활동한 이력을 지닌 그가 이번에 펴낸 장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랑 이야기가 축이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결합할 수 없었던 남녀의 애틋한 운명과, 대를 이어 전개되는 사랑의 질곡을 용서와 휴머니즘으로 감싸는 맥락이다. 사랑한다고 외치는 ‘천둥’과 상대에게 영혼이 달려가는 속도인 ‘번개’, 자유로운 사랑의 상징 ‘바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번 소설을 축조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사랑의 본질에 관해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괴로울 때 마음공부 하느라 면벽도 해보고 명상수련도 여러 번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가장 가슴에 크게 남는 게 사랑이라는 낱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하는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도가 아니라 36.5도라야 한다는 걸 겨우 알아차리게 됐다”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한 남녀관계도 결국은 휴머니즘으로 발전해야 그 아름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씨는 “사랑을 하면 짐승이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악마와 천사의 두 가지 모습을 함께 지니게 된다”면서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분노 때문에 눈물이 난 적은 있었지만 평생 소설을 쓰면서 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살 때 글쟁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주하지 않고 매서운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이 들어 돌아보니 사회비판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해 사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소설에서 친일파를 비판했다는 것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 대상에 올랐다”면서 “우리 시대가 깨어 있고 믿을 만하다는 사실에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 연말 고향 논산에 집필관을 개관하고 내년 말에는 김홍신문학관을 완공한다고 전한 김씨는 “써야만 하고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자신이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면서 “민족사를 정리하고 통일을 위한 소설도 준비하고 있지만 사랑에 관한 소설도 계속 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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