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작가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해냄 제공 |
소설가 김홍신(70)씨가 신작 장편 ‘바람으로 그린 그림’(해냄)을 펴내고 8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이자 국회의원(15·16대)으로도 활동한 이력을 지닌 그가 이번에 펴낸 장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랑 이야기가 축이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결합할 수 없었던 남녀의 애틋한 운명과, 대를 이어 전개되는 사랑의 질곡을 용서와 휴머니즘으로 감싸는 맥락이다. 사랑한다고 외치는 ‘천둥’과 상대에게 영혼이 달려가는 속도인 ‘번개’, 자유로운 사랑의 상징 ‘바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번 소설을 축조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사랑의 본질에 관해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괴로울 때 마음공부 하느라 면벽도 해보고 명상수련도 여러 번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가장 가슴에 크게 남는 게 사랑이라는 낱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하는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도가 아니라 36.5도라야 한다는 걸 겨우 알아차리게 됐다”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한 남녀관계도 결국은 휴머니즘으로 발전해야 그 아름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씨는 “사랑을 하면 짐승이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악마와 천사의 두 가지 모습을 함께 지니게 된다”면서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분노 때문에 눈물이 난 적은 있었지만 평생 소설을 쓰면서 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살 때 글쟁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주하지 않고 매서운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이 들어 돌아보니 사회비판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해 사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소설에서 친일파를 비판했다는 것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 대상에 올랐다”면서 “우리 시대가 깨어 있고 믿을 만하다는 사실에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 연말 고향 논산에 집필관을 개관하고 내년 말에는 김홍신문학관을 완공한다고 전한 김씨는 “써야만 하고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자신이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면서 “민족사를 정리하고 통일을 위한 소설도 준비하고 있지만 사랑에 관한 소설도 계속 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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