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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퍼팅 악몽 털고… 김인경, 5년 만에 ‘메이저 恨’ 풀다

입력 : 2017-08-07 18:48:14 수정 : 2017-08-07 2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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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 트라우마로 긴 슬럼프·부상 / 오랜 시련 겪으며 강철 멘털 / 시즌 3승 다승선두 ‘상승세’/ 세계랭킹 21위 → 9위 껑충 / 태극낭자 4주째 우승 기염
7일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4라운드. 경기 전 김인경(29·한화)은 ‘그냥 첫 라운드라고 생각하자’고 주문을 단단히 걸었다. 3라운드에서 2위와의 격차를 6타 차로 벌리고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바로 5년 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메이저대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18번 홀에서 30㎝짜리 우승퍼팅을 놓쳤고 결국 연장으로 끌려간 뒤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김인경은 전날 흐린 하늘 사이로 환하게 빛나던 무지개를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쳐냈다.

김인경이 드디어 ‘메이저 한’을 풀었다. 김인경은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막판 맹추격한 2위 조디 유와트 섀도프(잉글랜드)를 2타차로 따돌리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개인 통산 7승째를 올린 김인경은 시즌 3승으로 2승의 유소연(27·메디힐)을 제치고 다승 1위에 나서며 제2의 전성기를 알렸다. 우승상금 50만4821달러(약 5억6842만원)를 추가하면서 시즌 상금이 108만5893달러(약 12억2336만원)로 늘어나 2013년 이후 4년 만에 100만달러 클럽에도 복귀했다. 세계랭킹도 21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다.

LPGA 투어 11년차 김인경의 골프인생은 ‘오뚝이’라고 불릴 만큼 굴곡이 많았다. 2008년 투어 첫 승을 올리고 2010년까지 3년간 매년 1승씩 챙겼다. 그는 2011년에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1회, 3위 3회 등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2012년 나비스코의 악몽 이후 긴 슬럼프와 부상이 찾아왔고 지난해 레인우드 클래식 우승 때까지 5년이나 시간이 필요했다. 시련의 기간 김인경은 불교에 귀의하고 한동안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사는 등 자신을 다스리며 내면의 깊이를 더했다.

이런 시련이 다져준 마음은 ‘기부천사’의 면모로 드러났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상금 22만달러(약 2억4000만원) 기부로 시작된 김인경의 선행은 2012년부터는 지적·발달장애 올림픽인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 활동과 10만달러 기부로 이어지고 있다.

그 보답이 올해 한꺼번에 돌아왔다. 오랜 시련 동안 단단해졌기에 김인경은 웬만한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심’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2타까지 쫓긴 상황에서 맞은 17번 홀이다. 그린 앞에 개울이, 뒤에는 벙커가 있고 맞바람까지 불었다. 더구나 두 번째 샷이 180야드가 남아 장타자가 아닌 김인경은 5번 우드를 잡았지만 침착하게 볼을 홀 4m에 붙였다.

김인경은 “5년 전 퍼팅을 놓친 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시작 전에 많은 분이 우승할 거라고 말씀했다. 그래서 저라도 저 자신한테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면서 “그런 생각으로 경기했더니 침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인경이 4주 연속 한국 낭자의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올 시즌 LPGA 투어는 한국 선수 잔치가 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22개 대회에서 12승을 거둬 한국 선수 최다인 2015년의 15승을 넘어설 기세다. 아직 12개 대회나 남아 있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올 시즌 열린 4개의 메이저대회 중 한국 선수가 3차례 우승했고 나머지 하나도 한국계인 대니얼 강이 정상에 올랐다. 다음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한국과 한국계 선수들은 메이저 싹쓸이에 도전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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