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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칼럼] 이젠 빅데이터를 넘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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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6 21:19:25 수정 : 2017-10-11 11: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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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수준 머물지 않고
미래전략 도출 수준 되면 가치 ‘쑥’
빅데이터 과장 논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의미 읽을 것인지 논해야

방대한 데이터를 의미하는 빅데이터라는 말이 일상어가 됐지만 그 뜻이 천차만별이고 종종 혼란스럽다.

 

정보량의 폭증은 엄청난 수준이어서,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전 세계 휴대전화를 통해 오간 데이터의 총량이 그 이전 인류 문명 2000년 동안 축적된 정보량보다 많다고 한다. 확보된 방대한 빅데이터에는 유의미한 정보와 무의미한 정보가 혼재돼 있다. 여기서 유의미한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해 각종 수학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관찰자의 관점에 머물며 과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세상의 변화가 너무 가파르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이미 2년 전에 ‘정보기술(IT)의 시대에서 데이터기술(DT)의 시대로’라는 말로 이러한 변화를 표현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가 말한 ‘모바일에서 인공지능(AI)으로’도 맥락은 같다.

 

단지 기업가의 수사가 아니다. 마윈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상거래 분석으로, 중국 같은 거대한 국가에서 현금 없이 소비가 가능한 알리페이(온라인 간편결제시스템)의 세상을 구현해 냈다. 구글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구글 포토에 적용해 사진을 비교하고 자동 분류한다. 구글 번역은 웬만한 사람에게도 외국어 문서가 공포스럽지 않는 시대를 만들었고,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알파고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IT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친숙한 IT와 모바일의 세상을 벗어나서 그 이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변화는 연구개발과 기업의 혁신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온 국민이 싫어하는데도 줄기차게 버텨온 공인인증서나 액티브엑스(ActiveX)가 대표적인 예다. 법과 제도를 통해 의무화되고 규제되는 바람에 이를 대치할 만한 혁신 자체가 불가능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현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바람몰이로 기존 금융권에 충격이 큰 모양이다. 대면 창구가 없는 은행이라니. 사용자의 컴퓨터에 여러 프로그램을 강제로 깔지 않고도 금융 거래할 수 있는데 왜 진작 이런 방식이 도입되지 않았을까.

 

기존의 기술적 방식을 강제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 완화가 이런 변화를 만든다. 새로운 시도의 근저에는 빅데이터가 있다. 금융거래의 위험도를 줄이는 사기성 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은 기존에 쌓아둔 개인별 금융거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라서 대표적인 빅데이터의 활용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공공영역 데이터의 공개는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제각기의 방식으로 공개하는 혼란 때문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단순 개방 정도를 측정하는 공공 데이터 개방지수에서 한국이 1위인데도, 개방형 데이터의 품질까지 고려한 세계 공공 데이터 지수에서는 한국이 23위에 그치는 이유다. 데이터의 표준화된 공개 정책을 수립하고, 개인식별정보를 삭제한 금융정보나 의료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해서 공공영역 데이터의 활용도를 늘려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의 협력 활용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저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안을 이유로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사용이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 클라우드 사용에도 한계가 있다.

 

암호 기술을 활용하는 클라우드 보안 표준을 수립해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사용 규제를 완화하고 클라우드 후진국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인터넷 기업 아마존의 매출 대부분은 전통적인 판매업이 아니라 클라우드 부분에서 온다는 걸 상기하자.

 

일자리 전문기업 ‘글라스도어 닷컴’의 2015년 자료에서 미국의 가장 좋은 직업 25개 중 1위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연봉은 20위인 데이터 분석가의 2배이다. 빅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고 미래 전략을 도출하는 수준이 되면 그 가치가 두 배로 뛴다는 것이다.

 

이젠 빅데이터의 과장을 논할 때가 아니라 여기에서 어떻게 의미를 읽어내고 실행할 것인지를 논해야 할 때가 아닐까.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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