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을 제목에 넣어 자칭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를 그려낸 소설가 박생강. 그는 “이 제목에 정치적인 은유는 없으며 추앙하거나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아니다”면서 “그게 내가 일했던 세계를 정의하는 또 다른 문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나무옆의자 제공 |
‘좋아서 미칠 것 같은’ 통화를 하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운명이 슬픈’ 치과의사도 있다. “나 언제까지 영감탱이들 썩은 잇몸에 임플란트나 박으며 살아야 될까? 이런 운명 슬프지 않아? 평생 입 냄새 맡으면서 돈 벌어야 하고…. 강남에 빌딩 두세 채씩 가지고 있는 놈들은 얼마나 살기 좋을까? 골프 치러 다니다가 그냥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나 확인하면 되고. 세상 참 불공평해.” 소설을 쓴다는 사우나 매니저 앞에서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 대해 아는 척했다가 머쓱해진 1퍼센트 사내의 대사는 어떤가. “그 ‘토지’ 쓴 소설가가 조정래 아니야? …씨발 그래. 난 그런 거 잘 몰라. ‘토지’를 누가 썼든 알게 뭐냐고? 하지만 대한민국 노른자 땅이 어딘지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어. 그럼 된 거 아니야? 그럼 된 거지, 소설가?”
소설가는 이들이 휴게실 의자에 앉아 저녁 뉴스를 보며 화를 낼 때는 사람이 달라보였다고 쓴다. 그들이 화를 내는 뉴스는 주로 노동자 시위나 파업에 대한 것들이었고 그런 뉴스를 볼 때면 허, 기가 차서, 미친 놈들, 같은 말을 아랫배를 턱턱 치며 가래 뱉듯 내뱉었다. 마뜩지 않은 뉴스가 나오면 바로 골프채널로 바뀌곤 했다. 이들과 함께 1년여를 직접 사우나 매니저로 체험한 작가는 그곳에 있다 보니 ‘물처럼 투명해지더라’고 소설에 썼다. 관찰만 할 뿐 날을 세우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소설가에게 작가는 답한다. 그건 자신이 헬라홀에서 보았던 1퍼센트 남자들이 보여준 1퍼센트 남자여야만 한다는 고정관념과도 다른 듯 비슷하다고. 그가 헬라홀을 떠나던 날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이었다. 그날 관찰한 헬라홀 사람들에 대한 보고.
“그날 헬라홀의 노인들은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로커룸과 목욕탕을 돌아다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거운 먹구름이 헬라홀에 잔뜩 껴 있었다. 그들은 아랫것인 국민들의 항의에 중간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표결로 1퍼센트의 권력자를 밀어내는 현실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세상이 바뀐 거니까. 더군다나 헬라홀의 노인들은 스스로 평범한 국민보다 대통령에 가까운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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