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관철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KBS·MBC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선안 통과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선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이 처리돼 한다. 이들 상임위의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위원장들이 모두 야당 소속이다. 구여권이었던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난해 여야 협상을 통해 법사위·정보위·국방위 등 핵심 요직 상임위를 차지했는데,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야당 의원들이 핵심 상임위를 차지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도발과 사드배치에 관해 "청와대 대응에 이견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보다는 초당적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야당이 여권의 핵심 현안을 다루는 ‘키’를 잡고 있는 상황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개혁을 담당하는 국방위원회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30일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부자증세’를 두고 논란이 벌일 국회 기획재정위는 한국당 소속 조경태 의원이 위원장이다. 구체적인 세율을 결정하는 조세소위도 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위원장이다.
여권이 정권 어젠다 추진을 위해 야당 의원에게 법안 처리를 부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재적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의당,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 패스트트랙 조항을 발동해도 최장 330일 뒤에나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당으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일단 윤리특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자리를 ‘협상카드’로 제시하고 있지만 야당은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재협상하는 2018년 6월까지는 자리변동이 없다는 태도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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