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가 28일 오후 11시41분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진행된 2차 시험발사에서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
북한의 이번 발사는 화성-14의 능력을 최대 수준으로 이끌어 내면서 실전배치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성공하려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활용한 기습발사가 가장 효과적이다. 북한은 스커드·노동 등 각종 탄도미사일을 수십년째 운용하면서 TEL에 의한 기습발사 전술에 숙달해왔다.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ICBM의 기습발사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연료공급부터 TEL 전개,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ICBM 기습발사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려면 시험발사를 통해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2차 발사의 경우에는 조선중앙통신이 ‘최대사거리를 모의한 최대고각발사체제’ 최대사거리 보장을 위하여 늘어난 발동기(엔진)들의 작업특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때 최대 사거리 달성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1차 발사 당시보다 최대고도, 비행 거리 및 시간이 늘어난 점으로 볼 때 최대 사거리는 1만㎞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전역과 캔자스, 아이오와주 등 미국 중부 지역도 사정권에 포함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거리 측면에서 볼 때 미국 본토 전역을 겨냥한 명실상부한 ICBM임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웃고 있는 김정은과 친필 명령 문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오른쪽)이 28일 화성-14 2차 시험발사 후 관계자들과 기뻐하는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
김 위원장이 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인 27일 이번 발사를 명령한 친필 서명 문건. 김 위원장은 노동당 군수공업부가 제출한 ‘대륙간탄도로케트(로켓)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끝낸 정형과 대책보고’라는 문건에 “2차 시험발사를 승인한다. 28일 밤에 발사 한다! 김정은 2017. 7.27”이라고 썼다. 연합뉴스 |
북한은 화성-14 2차 발사 직후 실전배치 선언을 하지 않았다. 북극성-2 준(準)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두 차례의 시험발사만 실시하고 실전 배치했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군 안팎에서는 ICBM 개발의 마지막 고비인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섭씨 7000도가 넘는 고열과 고압을 견뎌내며 대기권에 재돌입해 목표지점을 타격하려면 탄소 복합재 등 내열장비와 관성항법장치의 성능이 검증되어야 한다. 북한이 최대사거리 발사를 모의하기 위해 최대고각발사를 단행했지만 고각발사는 재진입체가 대기권에서 고열·고압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일반적인 발사보다 짧다. 따라서 추가 발사를 통해 재진입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차 발사에서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핵 공격 시나리오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하고 화성-14의 실전배치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