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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 타고난 사이코패스인가, 환경이 만든 악마인가

입력 : 2017-07-29 03:00:00 수정 : 2017-07-28 19: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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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연합국들은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를 파견했다. 미국의 정신과의사 더글러스 켈리와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는 포로수용소와 전범재판이 열렸던 독일 뉘른베르크로 향했다. 이들은 각종 심리검사와 대면 조사를 통해 전범들의 심리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조엘 딤스데일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신의학과 석좌교수는 이 기록들에 주목했다. 기록들을 살핀 딤스데일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치 지도자들은 본디 우리와는 다른 사악한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인가.’

신간 ‘악의 해부’는 딤스데일 교수가 나치 전범들의 심리분석 기록을 통해 악(惡)의 실체를 추적한 책이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면 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책은 정신과 의사들이 관찰하고 검사한 전범 22명 중 4명의 심리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모두 고위급 나치 관리들이었다.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전쟁범죄를 저지른 인물들이다.

전범재판정의 심리 조사는 이들이 모두 ‘악마 같은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그리 천편일률적이지 않았다.

나치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 노조 활동가들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던 독일 노동전선의 수장 로베르트 레이는 기소된 것을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로 생각했다. 재판 도중 목숨을 끊은 그의 뇌에서는 부검 결과 전두엽 손상이 발견됐다. 전두엽에 있는 통제 중추는 인간이 폭력행위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는 전쟁 전 머리를 두 차례 다치면서 전두엽이 손상됐다.

게슈타포를 창설하고 강제수용소를 만든 나치 정권의 2인자 헤르만 괴링 공군총사령관은 재판 과정 내내 당당했다. 그는 전쟁 중에는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떳떳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식의 태도를 견지하며 결코 사과나 변명을 하지 않았다. 길버트는 그를 ‘호감형 사이코패스’로 결론 내린다.

이들을 조사한 사람들은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정신과 의사였던 켈리는 이들이 사회적 환경에 따라 ‘악마’가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 여건이 잘못 맞물린 상황에서는 누구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반면 심리학자인 길버트는 전범들이 본질적으로 사이코패스였으며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주장을 폈다.

책은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악을 바라보는 관점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악에 관한 내 질문에 답을 해줄 만한 자료라는 게 과연 있기는 했을까. 켈리는 모든 사람에게서 약간씩의 어둠을 찾아냈고, 길버트는 몇몇 사람들에게서 보기 드문 어둠을 찾아냈다. 둘 다 옳았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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