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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고물에서 보물로… 투박한 손 끝서 피어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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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30 14:18:55 수정 : 2017-07-31 14: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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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농기계에 생명 불어넣는 ‘정크아트’ 작가 주복동씨
작가가 마당에 전시돼 있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크아트(Junk Art, 재생조형예술) 작가 주복동(65)씨가 전남 강진군 작천면 정밀농기계수리센터 작업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앙기에서 나온 폐품을 절단하고 용접하며 작품 구상에 골몰하고 있었다. 땀범벅이 된 등 뒤로 모아놓은 농기계 폐품과 완성된 정크아트 작품들이 빼곡하다. 야외 마당엔 5m 크기의 청룡, 황룡 각각 한 쌍씩과 하늘을 보며 포효하고 있는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작업실에는 여러 종류의 로봇과 동물, 곤충 작품이 전시돼 있다. “요즘은 작업을 거의 못해요. 작품을 만들어도 전시해 놓을 공간이 없어서 주로 작품 구상에 전념하며 부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닭띠 해를 맞아 올해 초에 만들었다는 수탉이 작업실 입구에서 금방이라도 “꼬끼오~” 하고 울음을 터트릴 기세로 손님을 맞고 있다.
강진군 작천면 정밀농기계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폐품을 절단하고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작가가 폐품을 절단한 뒤 길이를 재어보고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산소 절단기를 이용해 폐농기계를 절단하고 있다.
정크아트 주복동 작가가 전남 강진 작업실에서 고장난 이앙기에서 떼어온 부품을 용접하고 있다.
용접을 마친 뒤 용접부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작업실에 폐농기계에서 나온 볼트와 너트가 종류별로 분리돼 있다.
작업실 바닥에 폐농기계에서 나온 부품들이 놓여 있다. 작품의 한 부분에는 꼭 필요한 부품이다.
완성된 작품의 상태를 점검 중인 주 작가.

1984년 농기계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해 고향에서 농기계 수리업을 시작한 작가는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나 농기계 수리에도 정평이 나있었다. “처음 농기계 수리일을 시작할 때 폐고물 상인이 1t 트럭에 폐농기계 고철을 가득 싣고 가는데 고철 값으로 고작 비누 몇 장을 놓고 가더라고요. 너무 아까웠어요.” 고물의 활용도에 대한 고민이 계기가 돼 2001년 폐농기계 정크아트가 시작되었다. 30㎝ 크기에서 5m까지, 여러 종류의 로봇과 농촌을 주제로 한 작품 및 공룡, 호랑이, 올빼미와 같은 동물, 곤충 등 총 180여 점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노래하는 농부 로봇, 지게를 지거나 북을 치는 로봇 등 해학적인 작품은 물론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황소 로봇 등 폐기되는 자원이 작가의 거친 손을 거쳐 유쾌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작가의 작업실인 정밀농기계 앞 도로에 전시된 투우 작품을 지나던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작가의 집 정원에 올빼미 로봇이 전시돼 있다.
작가의 집 외벽에 곤충 로봇이 전시돼 있다.
작가의 집 정원에 전시 중인 애완견 로봇.
작가의 작업실인 강진군 작천면 정밀농기계 앞 도로에 투우 작품이 전시돼 있다.
폐가전제품도 작가의 소재로 활용된다. 농부 로봇에 사용된 오래된 텔레비전과 비디오 플레이어.
농부 로봇에 사용된 오래된 전기밥통.
폐경운기 체인 등으로 농부 로봇의 한 부분을 만들었다.

폐품을 활용한 정크 아트는 문화 예술계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창의적 소재에 아름다움을 더한 그의 작업은 예술적 소재에 대한 친환경적인 대안을 보여준다. 낡고 부서져 버려진 쓰레기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신비로운 재창조의 세계이다. 2006년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와 강진청자문화제 전시를 시작으로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포항공대 정크아트 초대전, 국제농업박람회 등 30여 회나 초청 전시돼 큰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주 작가는 “폐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공간에 전시돼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의 모습을 보존하고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현재 적당한 보관 장소가 없어 노지에 보관하고 있지만 앞으로 정크아트 박물관을 만들어 보관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강진=글·사진 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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