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미혼남녀 증가=사회문제 증가…AI "집값 내려서 시집장가 보내야"

입력 : 2017-07-27 12:30:00 수정 : 2017-07-27 13:54: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혼남녀가 증가하면 사회문제도 함께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전망은 일본 공영 NHK가 도쿄대, 교토대 등 대학연구기관의 조언을 받아 수십 년간 발생한 5000개 항목 700만 건의 사회문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사회문제 해결형 AI 네브라(Nebra)’가 한 것이라 의미가 다소 특별하다.

AI는 일본 경제 산업성, 총무성 등의 공적기관 발표자료 및 통계데이터와 일본에 사는 20대~80대 시민들을 10년 이상 추적 조사한 연구기관자료, 언론보도 등 700만건 이상의 공인된 사회문제 데이터를 학습했다.

또 학자들이 지적하는 ‘잃어버린 20년(버블경제)’을 포함하고 현실에서 발생한 일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등 객관성을 더했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볼 문제라고 NHK 기획개발센터 측은 설명했다.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원한다.
■ AI가 분석한 ‘미래를 움직이는 열쇠’
AI는 10가지 열쇠를 골라냈다. 그중 지난 22일 방송에는 독신자의 증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도마 위에 올랐다.

AI는 독신자가 증가하면 자살률이 증가하고 빈집이 늘며 구급차 출동 등 도움을 요청하는 건수가 증가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거로 내다봤다.
이어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감소하여 생산가능 인구가 부족하게 되고, 그 결과 성장과 소비가 둔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노동자를 들이면 외국인 범죄의 증가와 불법체류, 혼혈의 증가 등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문제를 도출해 냈다.

이러한 문제는 예측이 아닌 지금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전체인구 중 1.9%(약 250만명)에 불과한 이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라 놀라움을 더했다.

특히 40대 미혼남녀는 지난 10년간 1.2배 증가했고, 40대를 코앞에 둔 30대 미혼남녀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라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의 미래를 움직일 10가지 열쇠. 40대 독신 남녀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AI는 40대 미혼남녀가 증가하면 사회에 크고 작은 문제가 셀 수 없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특하게도 남성은 '야근 시간과 횟수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했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 복지 사각지대 미혼남녀…“지금 괜찮아도 나이 들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혼자 증가는 앞서 문제와 함께 행정망과의 접점이 적어 이들의 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 거론됐다.
일본 도쿄도는 저출산·고령화에 초점을 맞춘 복지를 주력으로 하며, 급증하는 미혼자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도쿄도 관계자는 “이들은 혼자서도 잘살고 있으니 당장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행정기관을 찾는 경우가 희박할 정도”라고 고민했다.

아직 젊고 불편함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문제라는 지적으로, 실태 파악이 되어야 지원 등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이러한 파악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AI는 이 상태를 내버려 두면 이들이 노인세대에 편입된 후 고독사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독사는 최근 들어 60대 이상 노인 문제에서 사별, 퇴직이혼, 별거 등으로 ‘고령 독신자’가 된  50대 중반 세대까지 확산하고 있다.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제작진과 연구팀.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독신자들은 수입의 많은 부분을 임대료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집값, 임대료를 낮추면 혼인율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 AI가 제시한 해법은?
AI는 ‘집값, 임대료(이하 집값)를 내리면 미혼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토대로 NHK와 학자들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금 독신들은 맨션(작은 빌라와 비슷) 또는 아파트에 거주하며 수입의 많은 부분을 집값(대출 등)으로 지출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수입에서 집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15~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높은 집값을 감당하며 생활비 등을 고정적(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결혼을 전제하지 않는 이상 이성과의 만남을 부담으로 여긴다.
특히 남성들은 '경제적인 부담'을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으며, 그 결과 남녀 모두 결혼에 소극적인 양상을 띠게 되어 만남의 기회가 줄고, 만남이 줄어 결혼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AI는 사회와 정부가 집값 규제 또는 지원 등의 현실적인 방안을 시행하여 1인 가구 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을 안정화해 독신자들의 부담을 덜며 기회를 만들고, 늘려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 결혼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되고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집값 부담이 줄어야 결혼도 생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여유 생겼다고 다 결혼하는 거 아니다’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발표한 동향조사를 보면 결혼 적령기인 18~35세의 여성 89%, 남성 88%가 "결혼하겠다"고 각각 응답했다.

AI는 집값이 안정되면 이익은 독신 남녀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앞서 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사회 전체로 이익이 확산한다고 강조했다.

이들도 결혼하기까지 힘들었던 일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해 보인다.
NHK는 “지금까지의 정책과 저널리즘, 학자들이 제시한 주장에서는 엿볼 수 없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열쇠로 문을 열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AI가 수백 개가 넘는 이유를 들어가며 집값을 내려야 혼인율이 증가한다는 주장을 요약해보면 생활의 여유가 없다 보니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이에 여유를 되찾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또 지금의 여건으로는 1인 생활에 최적화되어 자신 외에는 다른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등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지적으로도 보인다.

AI가 냉정한 결과를 들춰냈지만 지금 일본에서 발생한 일들을 바탕으로 한 결과이기에 현실적인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