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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탈북자 연간 5000명”… 유엔 권고 무시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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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5 23:21:44 수정 : 2017-07-29 10: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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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강제북송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1회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무부(현 외교부), 대통령비서실, 통일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초빙연구원,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을 지낸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이 지난 5월 외교광장에 기고한 ‘대량탈북사태는 북한정권 붕괴로 직결된다’ 글을 보면, 유엔의 권고에도 아랑곳 않는 중국의 민낯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김 원장에 따르면, 중국에서 체포되는 탈북자 수는 연간 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일부 망명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강제송환되고 있다. 북한 주민의 대량 탈출은 정권붕괴로 직결되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중국의 협조 하에 탈북자 강제북송에 필사적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정권은 송환된 탈북자를 강제수용소에 끌고가 고문, 학대하며 공개처형 하기도 한다. 중국 안에서 탈북자들은 체포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며, 여성탈북자들은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국적이 없는 고아가 되며, 중국에서 아이를 임신한 뒤 송환되면 강제낙태를 당한다.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중국

중국은 부인하지만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엄연히 국제법 위반이다. 난민조약 제33조 송환금지 원칙에는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중국은 1979년 베트남과 전쟁 시기 발생한 중국계 베트남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 조약에 1982년 가입했다.

중국이 난민조약에 가입해놓고도 강제북송을 하자 유엔은 여러차례 경고했다.

2005년 유엔 인권위에서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중국의 탈북자들을 ‘현장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후임인 제2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마르주키 다루스만도 중국에 탈북자를 강제송환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제3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오헤아 킨타나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붙잡힌 북측 주민들이 구금되고 강제북송되는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점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다”, “이미 북송된 사례들도 있고 현재 중국에 구금돼 북송이 임박한 사례도 있다. 지난 몇 달간 중국 당국에 관련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현 유엔 사무총장도 이 문제와 인연이 깊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이 유엔난민최고대표(UNHCR)로 활동하던 2006년 3월 직접 중국을 방문해 “경제적 동기로 탈북한 사람도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면 난민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를 두고 ‘난민이 아닌 불법월경자’라는 주장을 펴며 강제북송을 합리화하는 중국을 향해 국제규범을 분명히 했던 셈이다.

지난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난민조약 상 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서도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한국 정부도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지만, 남북관계를 이유로 애매한 입장을 취할 때면 중국은 이를 이용했다.

2007년 한·중 외교실무자 간 한 비공식 대화 자리에서 중국 당국자가 20만 명의 재중탈북자를 한국이 다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 농담으로 타진한 일이 있었는데, 이때 한국 측은 답변을 하지 못하고 쩔쩔 매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또 햇볕정책 기간에도 한국 외교당국은 재중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많은 교섭을 한 것을 평가하면서도, 당시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주도록 한국 정부가 ‘간청’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2002년 중국의 탕자쉬엔 외교부장의 예방을 받은 박관용 국회의장이 재중탈북자 강제송환을 하지 말라고 말하자, 탕자쉬엔 외교부장이 당황해 급히 자리를 떴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서 들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지적이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 원장은 중국이 강제북송을 해도 한국이 침묵하거나 탈북자의 한국 입국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 중국은 한국의 유약한 대응을 속으로 비웃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북한인권문제를 이슈화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함께 대북 압박의 양대 축으로 여겨진다. 탈북민단체 및 북한인권단체들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이슈화돼 북한의 입지를 좁힌 끝에,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상정시 반발하며 표결로 보내는 행위를 중단한 것을 “북한의 포기”, “북한의 외교 실패”로 보고, 오랜 북한인권활동의 성과로 꼽는다.

현 정부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 직후에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였던 강 장관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유엔 인권전문가 시절부터 한국의 장관이 된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를 계산하고 국내 정치 세력의 셈법에 영향을 받느라 북한 인권문제가 부각되기도, 침묵되기도 하는 광경에 익숙했던 국내에선 ‘인류보편적 가치’라는 기준을 언급하는 강 장관 발언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국제법과 원칙을 환기시킨 효과도 있었다.

문재인정부는 아직 북한인권문제로 첨예한 대립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 북한이 문재인정부의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 실무협의 등 제한적인 대화 제안을 무시하는 중에, 지난 23일 대남선전매체에서 “인권소동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파국”이라며 인권문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시험대가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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